[인물 포커스]MBA 전문학원 JCMBA 정병찬 대표

  • 입력 2003년 7월 29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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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욱기자
변영욱기자
미국 경영학석사과정(MBA)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JCMBA라는 이름은 하나의 이정표와 같다. JCMBA는 MBA 전문학원인 동시에 MBA 준비생과 졸업생들의 네트워크 포털사이트(www.mba.co.kr)다. 회원수만 4만 여명에 이르고 이중 5000여명이 MBA 졸업생이다. 미국 상위 50위권에 드는 MBA과정 한국인 지원자가 매년 6000여명, 이중 합격생이 500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네트워크다.

이 JCMBA는 95년 한 MBA과정 합격생의 1년짜리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주인공은 정병찬(鄭秉贊·39) JCMBA 대표. 당시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론 스쿨 MBA 과정의 예비합격생이었다.

삼성물산에 입사해 재무관리팀에서 외환딜러 및 M&A 업무를 맡아 3년 여간 근무하던 그는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도 높은 연봉을 받는 컨설팅회사나 국제투자은행에 근무하는 MBA 출신들에게 큰 자극을 받았다.

과감히 사표를 내고 1년 여간 준비 끝에 MBA 톱10에 드는 슬론 스쿨에 도전했다. 처음 돌아온 것은 불합격 통지서였다. 낙담이 컸지만 통지서에 적힌 글귀가 큰 격려가 됐다. ‘너무 늦게 지원해 합격시켜줄 수 없었다. 내년에 다시 지원해주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팩스로 ‘내년에 꼭 다시 도전하겠다’는 감사의 답장을 보냈다. 그런데 그 답장이 다음날 아침 ‘내년 학기에 입학하라’는 입학허가서로 되돌아왔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반가운 팩스였습니다. 감사의 눈물이 절로 나오더군요.”

그는 며칠 후 교회 설교시간에 미국의 유명백화점 JC 페니의 창업주 존 캐시 페니의 얘기를 듣고 그 감사를 누구에게 해야 할지 깨달았다고 했다. 페니는 사업 실패로 자살까지 생각했으나 걸인들을 보고 그들을 도와야한다는 소명의식을 얻었고, 끝내 재기에 성공한 후 적극적인 자선 사업을 통해 나눔의 삶을 실천한 인물이다.

그는 한국의 MBA 지망생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할 결심을 했다. MIT 슬론 스쿨로 떠나기까지 아직 1년이 남아있었다. 당시만 해도 MBA 지망생들이 지금의 4분의 1밖에 안될 정도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도 독학하다시피 공부했고 스터디그룹을 통해 정보를 교환해야 했다.

“준비기간을 합쳐 3년 이상의 시간과 엄청난 학비를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 사람의 인생이 달린 일인데 당시 유학원의 정보는 수박 겉핥기식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우선 미 경영대학원 입학시험(GMAT)의 문제를 유형별로 정리하고 문제풀이 요령을 소개한 학습지를 출간했다. 그 수익을 바탕으로 천리안 유니텔 나우누리 등 PC통신에 go mba라는 명령어로 JCMBA라는 동호회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MBA 지망생들을 상대로 무료상담을 시작했다. 1년 후 JCMBA는 GMAT 전문학원으로 도약할 만큼 성공했지만 그는 친구들에게 JCMBA를 맡기고 예정대로 MIT슬론 스쿨로 떠났다. 2년 후 MBA 과정을 마치고 미국 유수의 컨설팅회사인 A T 커니의 컨설턴트가 되어 귀국했다.“MBA는 제게 3가지 큰 가르침을 줬습니다. 첫째는 어떤 일이 주어지건 혼자서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신감, 둘째는 논리적 사고능력, 셋째는 의사소통의 기술이었습니다.”

컨설턴트로서도 그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자신이 수행한 프로젝트가 A T 커니의 서울지사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어워드’상을 받았고 저서 ‘MBA로 인생을 바꿔라’는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는 2000년 벤처 붐을 타고 잠시 벤처 사업에도 뛰어들었으나 보람을 느낄 수 없었다. 그때 JCMBA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1998년을 기점으로 MBA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MBA가 컨설턴트나 국제투자은행에 진출하기 위한 자격증이었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수단으로 바뀌었습니다.일반기업들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할 인력으로 MBA 소지자들에게 매력을 느끼면서 사원들의 MBA 지원을 후원하게 됐고요.”

텃밭에 뿌려둔 씨앗이 생각지도 못한 결실을 맺었음을 깨달은 그는 감사의 마음으로 2001년부터 JCMBA의 경영에 다시 나섰고 그 인적 자원을 사업화할 구상을 하게 된다.

“최고의 MBA과정을 마치고 겨우 학원사업을 하느냐고 질책하는 분도 계셨죠. 그러나 어떤 일을 하건 소명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JCMBA를 디딤돌로 인적자원(HR) 전문기업을 일궈내는 것이야말로 제 소명이라 믿습니다.”

그는 매년 100여명의 MBA 지망생들과 상담하면서 한국 지망생들이 한결같이 우수한 인재들이면서도 정작 왜 MBA가 필요한지 구체적인 목표의식이 부족하고,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이 뚜렷하지 못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올 4월부터 4만명에 이르는 JCMBA 회원 자료를 바탕으로 헤드헌팅 사업에 뛰어들었다. MBA를 마치고 선택할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이들 직업이 어떤 자질을 필요로 하는지를 소개하는 책도 9월 출간할 예정이다.

“MBA에 도전하는 분들은 이제는 많은 연봉 보다는 오히려 직장선택의 유연성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왜’와 ‘어떻게’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해보면 다른 길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직업(job)이 아닌 소명(vocation)으로 목표를 재설정할 때입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정병찬 대표는…▼

-1964년생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1991년부터 삼성물산에서 3년여 근무

-1995년 ‘JCMBA 클럽’ 설립

-1996∼1998년 MIT 슬론 스쿨

-1998년 미국 A T 커니의 컨설턴트로 3년 여간 근무

-2000년 벤처 인큐베이팅 회사 ‘코리아 이코넷’ 설립

-2001년부터 ‘JCMBA 컨설팅’ 및 ‘JC Econet’ 대표이사

-MIT MBA 동창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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