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어부 김병도씨 30년만에 고향길

  • 입력 2003년 7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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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꼬막채취 어선 대영호를 타고 서해안에 조업을 나갔다 납북된 김병도씨(50)가 30년 만에 고향인 경남 통영으로 귀환했다.

김씨는 23일 어머니 이주순씨(80) 등 가족이 살고 있는 통영에 돌아와 주민들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통영시 인평동 김씨의 동생 병노씨(46) 집에는 납북 당시 생후 100일밖에 안됐던 딸 영아씨(30·대구) 등 가족이 모여 그의 귀환을 축하했다.

김씨는 아파트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던 영아씨가 건네는 꽃다발을 받고 감격의 포옹을 한 뒤 어머니에게 큰절을 올렸다.

김씨는 “고향마을이 많이 변했지만 통영 앞바다의 짙은 물빛과 미륵도 주변의 빼어난 경관은 그대로여서 고향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딸 영아씨를 부둥켜안은 채 “이렇게 훌륭하게 커줬구나…”라며 말을 잇지 못한 채 흐느꼈다. 이제 결혼해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영아씨는 오열하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 이씨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아들이 예전처럼 가족과 어울려 앞으로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머니의 뜻과 가족의 요청에 따라 통영에 정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4월 19일 두만강을 건넌 뒤 같은 달 27일 중국 모처에서 어머니 이씨와 동생 병노씨를 만났고 5월 2일부터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 머물다 지난달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통영=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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