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4개월 한국 샴쌍둥이 분리수술

  • 입력 2003년 7월 20일 17시 12분


코멘트
태어난 지 4개월 된 한국인 샴쌍둥이 자매 민사랑양과 지혜양이 이달 중 싱가포르 래플즈 병원에서 분리수술을 받는다. 래플즈 병원은 7일 수술 도중 숨져 전 세계를 슬프게 했던 이란의 갚쌍둥이 비자니 자매가 입원해 있었던 곳. 사랑이와 지혜는 비자니 자매와 돈독한 정을 쌓았던 것으로 밝혀져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자매와 함께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아버지 민승준씨(34)는 20일 "싱가포르 의료진이 수술 후 사랑이와 지혜 둘 다 생존할 가능성이 85%이상이라는 소견을 밝혀 수술준비를 하고 있다"며 "미열이 있는 아이들의 열이 내리면 분리수술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 3월4일 척추와 엉덩이 부분이 옆으로 붙은 채로 태어난 사랑이와 지혜는 바르게 눕지를 못해 더 이상 수술을 미루면 척추가 휘고 머리 모양이 변형될 위기에 처했었다.

또 자매의 항문은 두개이나 괄약근이 발달하지 않아 모유에서 이유식으로 식사를 바꾼 뒤 변을 볼 때 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리곤 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PC방을 운영했던 민씨와 아내 장윤경씨(32)는 이들 자매의 수술을 위해 가게를 처분하고 빚을 냈다. 그리고 자매의 100일 잔치를 끝낸 뒤 지난달 14일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민씨는 "아이들의 결합부위가 항문과 소화기관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감염가능성이 있지만 척추 등 다른 부위에 무리가 가기 전에 수술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의료진의 전망이 아주 낙관적이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민씨는 또 이 병원의 바로 옆방에서 지내던 이란의 샴쌍둥이 비자니 자매에 대해 "아이들을 봐주기도 하는 등 착하고 밝았는데 사망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랑이와 지혜는 여러 차례에 걸친 분리수술과 꾸준한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수술과 치료에만 수 억 원이 들 전망이다.

하지만 민씨는 "얼마가 들더라도 아이들을 꼭 정상으로 키우겠다"며 다짐했다.

지금까지 회원이 1만 명을 넘어선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loveinwisdom), PC방 주인들, 어린이보호재단 등의 도움으로 모금된 금액은 모두 2000만원 정도다.

후원은 어린이보호재단(http://www.ilovechild.or.kr) ARS 060-700-1233.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