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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도시형 대안학교 '이우'의 커리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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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도시형 대안학교 '이우'의 커리큘럼

입력 2003-07-17 17:36수정 2009-09-28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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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학교 교사들은 자기 주도적 학습을 강조한다.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지만 생각까지 줄 수는 없기 때문이란다. 여름 방학을 반납하고 교재 개발중인 교사들이 임시 교무실로 쓰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 코오롱 트리폴리스 건물 야외 휴게실에서 머리를 식히고 있다. -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9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문을 여는 이우학교가 최근 2학기 수업 계획서를 공개했다.

이우학교는 전 교육부장관인 이명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와 강지원 변호사 등 사회 저명인사가 공동설립자로 참여해 세우는 첫 도시형 대안학교. 학교가 들어서는 분당이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지역과 사회 경제적 수준이 비슷하다는 점까지 더해 설립 초기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이우(以友·벗과 더불어)는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가 지어준 교명대로 ‘더불어 살며’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 목표이다. 정광필 교장에게 이 학교 졸업생들에게 바라는 역할모델을 들어달라고 하자 “박원순 변호사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수업 내용은 학생들 간 팀워크를 강조하고 자기 주도적 학습을 통해 문제 해결력을 키우도록 짜여져 있다.

중학교 과정은 의무교육 기간이므로 교육부가 정한 기본 교육 과정(연간 1156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또 학교의 교육 이념을 반영한 특성화 과목(연간 68시간)을 추가로 배워야 한다. 특성화 교과에는 생태입문, 농사체험, 지역활동과 시민단체, 우리춤 우리가락, 표현예술 등이 있다.

고교 과정은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됨에 따라 일반 고교에서도 교과 운영에 재량권이 크다. 이우의 경우 대학 진학에 필요한 강의와 함께 ‘삶과 철학’ ‘생활 의학’ ‘고전강독’ ‘과학실험’ ‘지역사회 조사’ 등 ‘이우인’을 길러내기 위한 특별 강좌를 개설할 예정이다.

수업은 현실 속의 문제 상황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미리 교사가 인터넷에 올린 학습 자료를 읽어온 뒤 수업시간에는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문제의 해결 방안을 찾는다. 교사는 이 과정에서 중간 중간 개입해 논리적 흐름을 잡아주거나 학자들이 연구해놓은 유용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수업 시간 단위도 ‘교시’가 아니라 ‘블록’이다. 40∼50분 수업, 10분 휴식의 수업 리듬으로는 토론식 수업 일정을 담아낼 수 없기 때문에 90∼100분 수업, 20∼30분 휴식으로 정했다.

토론식 수업을 위해 학급당 학생수는 20명으로 제한했다. 중학교 1학년 3개 학급과 고교 1학년 4개 학급으로 시작되는 올 2학기에는 21명의 교사가 140명의 학생을 지도하게 된다. 교사 1인당 학생수가 6.7명이다.

●실제 상황을 다루는 수학 교육

일반 학교의 수업 방식과 두드러지게 다른 과목이 수학이다. 기존의 수학 교육은 공식을 배운 뒤 응용문제를 푸는 연역적 과정을 밟지만 이우의 수학 프로그램은 현실 상황에서 출발해 공식을 도출해내는 귀납적 방식을 택한다.

예를 들어 사람의 신체 표면적을 재는 문제를 던져준다. 학생들은 팀을 이뤄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해낸다. 영화 속의 스파이더맨이 입은 옷과 같이 몸에 딱 붙는 옷을 입힌 뒤 그 옷의 면적을 재면 된다는 의견, 모눈종이를 몸에 붙인 뒤 그 면적을 계산하자는 의견 등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다. 학생들의 발표가 끝난 뒤 교사는 수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측정 방법을 알려준다.

또 택지 개발 정책권자로서 일정한 면적에 전원주택과 다세대 주택을 얼마나 지어야 하는지 토론하는 과정에서 함수를 배우고 물물 교환 시장을 체험하면서 이원일차 연립방정식을 배운다.

이우학교의 수학 프로그램은 실재론적 수학 교육(Realistic Mathematics Education)의 철학을 배경으로 미국 위스콘신 대학 교육 연구소와 네덜란드의 수학자 이름을 딴 프로이덴탈 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한 MIC(Mathematics in Context)를 한국 실정에 맞게 개정한 것이다.

MIC에서 다루는 현실 상황은 기존의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응용문제 속의 ‘현실’과는 다르다. 응용문제는 ‘y=2x+1’처럼 답이 쉽게 도출되고 그래프도 그리기 쉽도록 계수가 조작된 가상현실이지만 실제 상황은 ‘y=―4.91x―0.25’처럼 복잡하다. 이 때문에 이우학교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계산기를 쓰게 된다.

학생들은 수업과는 별도로 학기마다 2개의 주제를 정해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형이 실제 생활에 쓰이는 사례를 조사하고 전시회를 개최하거나 도형의 측정 단위와 기원, 유래 등을 연구하고 실생활에 쓰이는 사례를 조사하는 식이다.

고교 과정은 이 같은 활동이 줄어들고 이론에 치중하게 된다. 또 수능시험 문제를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 보는 과정도 포함된다.

이우학교는 새로운 수학 교육을 위해 ‘수학으로 보는 세상’이나 ‘이야기 속의 수학’이라는 제목으로 수학 교재를 출간할 예정이다. 현재 중학교 3학년 1학기 과정까지 교재 개발이 끝난 상태다.

●미디어 교육과 CLT 영어

이우학교 국어 수업의 목표는 ‘독해력’이다. 정보를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말한다. 일반 중고교와 다른 점은 미디어 교육을 강조한다는 것. 미디어의 영향력이 막강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미디어 교육 시간에는 텔레비전 시청 일기 쓰기, 방송 프로그램 만들어 보기, 광고 이론 배우고 광고 만들기, 광고 카피 읽기, 광고 비평문 쓰기 등이 포함된다. 모든 결과물은 학교 인터넷의 사이버 학습실에 올려 상호 평가를 하게 한다.

이우학교 교육 프로그램의 특징이 개별화 학습이다. 학생들은 국어 수업 시간에 공부하는 것과는 별도로 주제를 정해 한 학기 내내 연구하는 심화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상 언어의 재미있는 어원 찾기, 학생들이 즐겨 쓰는 은어 찾기, 텔레비전 속 직업 탐구, 대중가요 노랫말 속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등을 연구할 수 있다.

영어는 의사소통 중심의 학습 방법인 CLT(Communi-cative Language Learning)를 활용한다.

중학교 1학년의 경우 첫 단원이 스토리텔링이다. 수업 전 교사가 안내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영어로 각국의 전래 동화 가운데 하나를 읽어온다. 수업시간에는 조별로 이야기를 소리 내어 읽은 뒤 이야기 지도를 그리고 이를 보며 영어로 스토리를 재구성한다.

고교 1학년은 지리를 가장 먼저 배운다. 5대양 6대주의 이름을 배우고 위도와 경도를 활용해 지도상에 위치를 표시하고 나아가 기후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다. 지리가 끝나면 대체에너지 신화 행성 등으로 진도가 나간다.

교사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은 상황에 따라 영어 또는 국어를 쓸 수 있다.

●철학과 예술

이우학교에서는 ‘도덕’ 대신 ‘철학’을 배운다. 철학사를 훑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자연에 관해 성찰하고 근본적 물음을 던져보는 시간이다.

중학교 1학년과 고교 1학년 모두 2학기의 절반은 ‘인권’에 대해, 나머지 절반은 ‘문학과 예술을 통해 본 철학’을 논하게 된다. 인권 시간에는 신문 잡지 소설 영화 등 인권을 소재로 한 텍스트를 매개로 청소년의 인권이나 외국인의 인권 문제 등에 대해 토론하고 인권을 소재로 신문을 만들어보는 것으로 끝맺는다.

문학과 예술을 통해 본 철학에서는 중 1의 경우 인디언들의 인생관이 드러나 있는 자전적 성장소설인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과 성장영화 ‘마르셀의 여름’ 등을 미리 읽고, 보고 와서 토론한다.

고교 1학년은 읽기 자료에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과 카프카의 ‘변신’ 등이 추가되고 영화는 ‘모던 타임스’ ‘블레이드 러너’ ‘졸업’ 등이 포함된다.

음악과 미술은 통합 수업을 한다. ‘중세 속으로’라는 주제로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고 고딕 양식의 건축물을 감상하고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한다. 신고전주의 화가 다비드가 그린 나폴레옹 그림을 보며 베토벤의 교향곡 ‘영웅’을 감상한다.

이우학교의 평가 방식은 다르다. 지필고사보다는 수업시간에 제출한 과제물과 심화 프로젝트 등 수행평가 비중이 높다. 학생 개인에 대한 평가와 함께 팀원이 모두 같은 점수를 받는 ‘모둠 평가’를 병행한다.

이우학교는 학교의 틀이 잡히는 대로 연구소를 설립해 체계적인 교재 개발에 들어갈 계획이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재를 자체 제작하고 독자적인 콘텐츠를 개발해 학교 밖에까지 보급하기 위해서이다. 이우학교 교사진이 집필한 교재는 ‘도서출판 이우’를 통해 발간된다.

정 교장은 “일반 학교와 달리 대학 입시를 겨냥한 교육은 하지 않으므로 명문대 진학이 목표인 학생은 사절”이라며 “하지만 대학 입시가 종합적 사고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뀐다면 이우의 교육 방식이 입시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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