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살인의 추억 '대박사건'…2003상반기 7대뉴스

  • 입력 2003년 7월 16일 16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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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기 최고흥행…'백광호 놀이' 유행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이 전국 관객 500만명을 돌파하며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다. 1986∼1991년 경기 화성에서 벌어졌던 10차례의 연쇄강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시대에 대한 성찰과 영화적 재미를 버무려 작품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꾀했다. 영화계에서는 모처럼 평단과 관객의 평가가 일치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극 중 바보로 나온 백광호(박노식)의 행동과 말투를 따라하는 ‘백광호 놀이’가 유행하기도 했다.

한편 ‘지구를 지켜라’는 평단의 극찬을 받았으나 전국 관객 10만명에도 못 미치는 흥행 실패를 맛봤다. ‘살인의 추억’과 3주 간격으로 개봉한 이 영화는 평단과 관객의 괴리를 보여줬다. 일부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재개봉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으며 6월에는 제25회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장준환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했다.

#할리우드, 한국영화에 매료

상반기 할리우드에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한 한국 영화가 많다. 2월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3월 ‘중독’, 6월 ‘장화, 홍련’이 팔렸다. ‘선생 김봉두’는 개봉 한달 전에 할리우드 제작사 미라맥스에 리메이크 판권과 북미 배급권을 판매했다. 국내 영화 중 미개봉 단계에서 리메이크 판권이 팔린 것은 처음이다. ‘장화, 홍련’(사진)은 리메이크 판권을 드림웍스에 200만달러에 팔아 아시아 영화 중 최고를 기록했다. 할리우드는 그동안 유럽 영화를 리메이크해 왔으나 예술성을 내세우는 유럽 영화의 한계에 부닥치자 코미디가 강세인 한국 영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배우 장궈룽 추락 사망

홍콩배우 장궈룽(張國榮)이 47세의 나이로 4월 1일 사망했다. 만우절에 죽은 탓에 팬들이 그의 사망을 믿지 않는 해프닝도 있었다. 사망 원인은 우울증과 동성애자 연인과의 삼각관계에 따른 자살설이 유력하나 타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는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국내에서 불었던 홍콩 스타 열풍의 선두 주자였던 터여서 한국 팬들의 충격이 컸으며 국내에서도 크고 작은 추모제가 열렸다. 유작 ‘이도공간’은 고층 건물 옥상에서 자살하려는 장궈룽의 영화속 모습이 실제 죽음과 닮았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으나 6월 국내 개봉 당시 관객에게 외면당했다.

# 그레고리 펙-캐서린 햅번 사망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과 열연했던 할리우드의 대표적 미남배우 그레고리 펙이 6월 12일 87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1944년 ‘영광의 날들’로 데뷔해 60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앵무새 죽이기’로 1963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탔다. 그는 모범적인 사생활로도 세인의 흠모를 받았다.

한편 같은달 29일에는 캐서린 헵번이 96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헵번은 ‘모닝 글로리’ ‘초대받지 않은 손님’ ‘겨울의 사자’ ‘황금연못’으로 4차례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탔으며 후보에만 12번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코믹북 줄줄이 영화화

만화를 영화로 만든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다. 3월 개봉한 ‘데어데블’, 5월 ‘엑스맨2’, 7월 4일 개봉한 ‘헐크’ 등. 이 같은 ‘코믹북 열풍’은 지난해 개봉한 ‘스파이더 맨’의 영향이 크다. ‘스파이더 맨’은 미국에서 역대 흥행순위 5위를 기록했다. 할리우드는 만화의 영화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데어데블’ ‘엑스맨’ ‘헐크’의 원작 만화 출판사인 미국의 마블코믹스는 ‘판타스틱 포’ ‘고스트 라이더’ ‘아이언 피스트’ ‘닥터 스트레인지’ 등 히트 만화를 영화화하는 한편 ‘스파이더맨2’ ‘데어데블2’ ‘블레이드3’의 영화화 계약도 추진 중이다. 또 다른 유명 출판사 DC코믹스도 ‘수퍼맨’ ‘배트맨’의 속편을 내놓을 계획이다.충무로에서도 현재 방학기 원작의 만화 ‘바람의 파이터’, 강경옥 원작 ‘두 사람이다’, 일본만화 ‘올드보이’, ‘미녀는 괴로워’ 등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창동, 감독출신 첫 장관취임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의 이창동 감독이 2월 27일 문화관광부 장관에 취임했다. 이 장관은 영화인 출신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관이 됐다. 영화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문화 예술계의 권력 진입’이라고 반기는 반면 일부에서는 ‘유능한 감독을 빼앗겼다’는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취임 직후 ‘언론에 관한 한 노무현 대통령의 분신’이라며 ‘문화부 홍보 업무 방안’을 발표해 취재 자유의 제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첫 정책이 왜 하필 언론대책이냐”는 지적도 받았다. 노무현 정부 출범 90일에 즈음해 한 일간지가 20명의 국무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관 평가에서 이창동 장관의 ‘90일 평가’는 중위권, ‘미래 평가’는 하위권에 머물렀다.

#스크린쿼터 축소 한미 논란

6월 한미투자협정(BIT) 논의가 진행되면서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가 논란이 됐다. BIT는 1998년 김대중 정부 당시 스크린쿼터가 걸림돌이 돼 타결되지 못하다가 현 정부로 넘겨진 사안. 현재 미국은 2007년까지 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수를 146일(최소 106일)에서 73일로 축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경제성장률을 회복하고 외국인 투자유치를 확대하려면 BIT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영화계에서는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면 한국 영화와 미국 영화 사이의 균형이 파괴돼 문화적 주권을 지키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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