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3편까지 나오고 막을 내린 영화 ‘투캅스’가 현실에선 여전히 제작 중인 모양이다. 경찰이 유흥업소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최근엔 납치강도단의 조직원으로까지 활약해 사람들을 경악시켰다.물론 대다수 경찰은 시민의 편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물 좋은 탓에 비리의혹이 끊이지 않는 강남지역 경찰서에 새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때 묻지 않은 신임 경찰관이 배치된다는 소식이다. ‘투캅스 효과’와 같은 내부정화를 기대한다는 서울경찰청 관계자의 말이 비장하기 그지없다.
▷안타깝게도 경찰청 관계자들은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않은 것 같다. ‘투캅스’ 첫 편에 신참형사로 등장하는 박중훈이 영화가 끝날 즈음이면 고참 뺨치는 타락형사가 되는데 말이다. 시퍼렇던 그의 정의감과 기개는 이런저런 ‘현실’과 만나면서 두루뭉술해진 지 오래다. ‘투캅스2’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고참이 된 박중훈의 새 짝으로 나오는 신참의 부패 또한 영화 말미엔 대선배를 가뿐히 넘어선다. 96년 당시 구속된 강남서 경찰관들도 담당이 바뀌더라도 업주를 이어주며 작업을 계속했다고 했다.
▷행인지 불행인지 경찰의 부패와 타락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에선 ‘공안’이라 불리는 경찰의 부패가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이고, 베트남에선 ‘꽁안’이 무슨 명목으로든 시비를 걸어오면 돈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국 기업인들이 결론을 내렸단다. 남미의 경찰은 범죄 집단과 유착관계인 것으로 유명해 멕시코의 범죄 피해자 다섯 명 중 네 명은 아예 피해사실을 경찰에 알리지도 않는다. 중요한 건 경찰관이 맡은 일을 법대로 엄격히 집행하는지의 여부다. 암만 사람이 바뀌고 젊은 피가 투입되더라도 법이 흔들리고 현실적 ‘구멍’이 존재하는 한, 여러 사람 돌아가면서 배불리는 악순환만 생길 뿐이라는 걸 경찰청에선 정녕 모르는지 궁금하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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