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도 노동3권 보장

  • 입력 2003년 7월 14일 22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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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산업연수생제와의 병행 실시를 전제로 한 외국인 고용허가제 법안이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함으로써 내달 말 강제출국이 예정된 불법체류 근로자 20만명을 구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인력대란’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정부와 정치권이 재계와 타협,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산업연수생제를 계속 실시하기로 한 것은 개혁의 후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용허가제 내용=내국인이 기피하는 이른바 ‘3D 업종’의 사업주가 1개월 이상 내국인을 고용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인력을 채용하지 못했을 경우 합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국내에 취업하려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법 공포 후 2년이 지난 뒤인 2005년 8월경부터는 현지에서 한국어 능력시험을 치러 합격해야 한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취업한 외국인은 산재보험, 최저임금은 물론 노동3권 등 국내 근로자와 똑같은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으며 한 번에 최장 3년간 일할 수 있다. 3년이 지나면 일단 출국해 1년 이상 지나야 다시 국내에 취업할 수 있다.

▽불법체류자 20만명 구제=정부는 고용허가제법안이 이달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불법체류기간이 짧은 외국인에 대해 구제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올 3월 말 현재 불법체류기간 3년 미만인 근로자는 고용허가제로 흡수해 2년 더 일할 수 있도록 하고 3년 이상 4년 미만인 경우는 사용주로부터 필요인력이라는 점을 확인받은 뒤 출국해 재입국 절차를 밟아 합법적인 취업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체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 29만여명 가운데 20만명가량이 강제출국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불법체류자와의 형평성 유지 차원에서 산업연수생들도 3년간 합법적으로 근무한 뒤 2년 범위 내에서 고용허가제에 의한 합법 취업을 허용할 방침이다.

▽고용허가제 도입취지 퇴색=정부가 고용허가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이 산업연수생제 운영을 독점하면서 각종 송출 비리를 낳고 불법체류자를 양산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국내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1인당 357만∼864만원의 송출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빨리 ‘본전’을 뽑으려면 돈을 많이 주는 사업장으로 이탈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 같은 산업연수생제를 그대로 두고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대의(大義)를 잃은 것’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노동부는 중소기업청 건설교통부 등 여러 정부 부처로 업무가 나뉘어 있는 산업연수생제를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관리주체를 노동부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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