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자살한 서교장 동생, 전교조에 인터넷 편지
더보기

자살한 서교장 동생, 전교조에 인터넷 편지

입력 2003-07-11 17:36수정 2009-09-28 21:55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교육은 진실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역사의 진실 앞에 양심의 고백이 있어야 할 것이며 이것만이 그래도 교사의 도리를 다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의 갈등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충남 예산군 보성초등학교 고(故) 서승목(徐承穆·56) 교장의 동생인 인하대 서승직(徐承稷·54·공대 건축학부) 교수가 형의 사망 100일을 맞아 11일 전교조 본부와 전국의 16개 지부에 '인터넷 편지'를 보냈다.

서 교장은 보성초교 기간제 여교사에게 차(茶) 심부름을 시키는 등 교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전교조로부터 받으면서 갈등하다 4월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2일이 서 교장 사망 100일이 되는 날.

서 교수는 '서승목 교장 사건 100일을 맞이하면서'란 제목의 A4 용지 3장 분량의 이 편지에서 형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반성하는 교육자가 없는 현실을 개탄했다.

"이 사건은 작게는 한 가정이 몰락한 억울한 사건이요, 크게는 '참 교육의 탈을 쓴 자들'에 의한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교장의 교권 유린 행위로 한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히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여야 할 것입니다."

서 교수는 참교육 실현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는 전교조가 사건 후 보여준, 막강한 조직력을 동원한 시위와 책임 전가 등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보다는 태도는 더 중요합니다. 그렇습니다. 교육자이기 때문에 태도는 더욱 중요하지요. 사건 이후의 관련자들의 행동은 진정한 교육자의 행동으로 볼 수 없으며 결코 어린 학생들의 본이 될 수 없습니다."

그는 "27년간 학생을 가르쳐 온 교육자로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교육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는 동료적인 입장에서 편지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기자에게 중국에서 날아온 한 통의 편지를 보여주며 전교조 회원들이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단체로 거듭 나길 바란다는 심정을 피력했다.

이 편지는 사건 발생 나흘 뒤인 4월 8일 중국 지린성(吉林省) 장춘(長春)에 거주하는 홍모씨가 보낸 것.

홍씨는 "20년 전 전교조 출범에 관여한 사람으로 새삼 죄책감을 느낀다. 전교조를 처음 시작할 때 저와 친구들은 우리의 교육이 독재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었다. 그러나 그 후 전교조는 시중의 수많은 노동조합과 같은 성격의 노동운동으로 스스로를 몰고 가 전교조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편지 말미에서 "다시는 형님 같은 불행하고 억울한 교육자가 없기를 바란다"며 "처벌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사법당국이 철저히 수사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서 교수 '인터넷 편지' 전문

서승목교장 사건 100일을 맞이하면서

저는 고 서승목 교장 선생님의 동생인 인하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부에 근무하는 서승직교수입니다. 고향이기 때문에 휴일이나 방학 때면 편안한 마음으로 찾던 길이지만 왜? 이렇게도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지는지요. 무심코 지나던 길이지만 예산 시내 입구 건물의 참교육 간판이 더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군요. 동화 속에서나 나올법한 조용한 농촌마을학교 그곳에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 발생되리라고 그 누가 상상이라도 하였겠습니까? 늘 그렇듯이 결과는 잘못된 원인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저는 분개 할 수밖에 없는 진실 왜곡 사실과 억울하게 가장을 잃은 절규하는 유족의 비통한 심정 속에서도 늘 형수님과 조카들에게 의연하게 대처할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그러나 사건 발생 100일을 맞이하면서 조금도 반성이나 뉘우침이 없는 관련 당사자들의 행동에 접하여 그간 27여년 동안 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교육자로서 그리고 우리나라의 교육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고 고민해야하는 동료적인 입장에서 그간의 형님 사건과 관련하여 만나서 드리려한 말씀중 일부를 전하고자 합니다.

1)국민 모두의 사랑을 받는 진정한 전교조가 되기위하여. 다음은 중국 장춘에서 온 전교조의 출범에 간여한 H모 선생님의 편지내용중 일부입니다. <"오늘 중국 장춘에서 인터넷으로 신문을 읽다가 고 서승목 교장 선생님이 백씨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중략- 저는 지금 전교조와 손을 끊은 지 20년 가까이 됩니다만 처음 출범에 관계한 사람으로서 새삼스럽게 이 모든 일에 대한 죄책감을 깊이 느낍니다. 처음 전교조를 시작할 때 저와 저의 친구들의 생각은 교육이 독재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이후 전교조는 교육이 학생 개개인의 인품을 다룬다는 사실과, 지식은 특정세력의 이해관계로부터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습니다. 그것은 전교조가 시중의 수많은 노동 조합과 같은 성격의 노동 운동으로 스스로를 몰고 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교조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습니다. 다시 한번 선생님의 아픔을 옆에서 함께 나누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 내용을 한 지인이 위로를 위해보낸 편지로 의미를 부여하지 마시고 앞으로, 전교조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다면 한번 깊이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세간에 거론된 많은 비판적인 내용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위의 전교조 초기에 간여한 선생님의 글을 보더라도 전교조는 초기의 정책과는 분명 잘못 가고 있는 것입니다. 꿈속에서는 꿈을 꾸고 있는 사실을 모르겠지요? 꿈을 꾸고 있다면 속히 깨어나기를 바랍니다.

2)사실보다는 태도는 더 중요합니다. 그렇습니다. 교육자이기 때문에 태도는 더욱 중요하지요. 사건 이후의 관련자들의 행동은 진정한 교육자의 행동으로 볼 수 없으며 결코 어린 학생들의 본이 될 수 없습니다. 참 교육을 주장하면서 왜? 모범 가장인 참교육 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요? 한번이라도 억울하게 가장을 잃은 절규하는 유족들의 비통한 심정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진정으로 사죄하고 반성하는 참 교육자는 왜? 없는지요? 용기가 없어서 인가요? 참 교육의 참뜻을 아시는지요? 과연 이 사건관련 당사자들은 철모르는 어린 학생들의 참 스승이라고 진정 말할 수 있습니까? 보이는 사실을 속이면서까지 집단 행동에 참여하지 않았습니까? 하물며 보이지 않는 사실에 대해 누가 믿어주겠습니까? 교육은 진실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역사의 진실 앞에 양심의 고백 있어야 할 것이며 이것만이 그래도 교사의 도리를 다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밝혀질 훗날에도 역사의 진실 앞에 지금의 논리로 대항 할 수 있을는지요?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겠습니까? 더 이상 진실을 왜곡하여서는 안됩니다. 이 사건의 진실은 하나입니다. 더 이상의 진실왜곡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지요. 더 이상 떠올리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한국 교육계의 충격적이고 서글픈 사건이 충절의 고장 충청도에서 그것도 조그만 농촌마을 학교에서 일어났다니 그리고 지금도 그 진실이 왜곡되고 있으니 이 얼마나 통탄스러운 일입니까.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시는 학부모님의 마음은 천심입니다. 지금은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빌 때입니다. 때늦은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잘못을 뉘우치고 유족과 국민들께 용서를 비는 길만이 교육자다운 행동이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데 적극 협조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 사건은 작게는 한 가정이 몰락한 억울한 사건이요, 크게는 "참 교육의 탈을 쓴 자들" 에 의한 조직적이고 악의적인 교장의 교권 유린 행위로 한점 의혹 없이 진실을 밝히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여야 할 것입니다.

3)언론의 최대 피해자는 서교장과 유가족입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요. 비호 언론들의 사실도 확인하지 않은 일방적인 왜곡된 보도 내용 그리고 이 내용을 전교조 투쟁속보를 통하여 각급 기관에 살포한 것은 서교장 사건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입니다. 특히, 4월 2일의 아침의 모 방송사의 왜곡된 보도 내용 등이 형님을 결코 돌이킬 수 없는 불행한 길을 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사건 이후 진실이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는 모 방송사의 100인 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은 그 결과가 어떠하였습니까? 공영 방송으로서 불신만 가중시키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슬픈 유가족의 가슴에 또한번 못을 박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습니까. 저는 이 프로의 담당 작가로부터 끝없는 출연요청을 권유받았지만 모두 거절하고 출연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건은 토론의 논리로 풀 수 없으며 반드시 법의 논리로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 프로의 특성상 결코 진실 해결에 도움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심정은 한 알의 밀 알이 썩어 많은 열매를 맺기를 바랄 뿐입니다. 다시는 형님 같은 불행하고 억울한 교육자가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4)교육자의 양심에 호소합니다. 이 사건은 교육계 모두를 위해서도 반드시 진실 규명을 위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충청남도 교육감 님께서는 이 사건이 전대미문의 교권 유린 행위로 한점의혹없이 수사하여 서교장의 명예를 회복시키겠다고 영결식장에서 만천하에 천명한바 있으나 현재까지 어떤 진상 조사나 조치를 취한바 없으며 다만, 학부모님들의 계속되는 등교거부를 무마하기 위한 미온적인 관련자 일부의 전보조치가 전부라는 사실입니다. 다만, 유족의 진정으로 시작된 수사기관의 수사는 피고소인들의 출석거부등으로 인하여 답보상태로 있을 뿐이지요. 저는 여기에서 교육자의 양심에 호소하고자 합니다. 진정한 이 나라의 참교육 위해서도 관련자의 협조를 당부합니다. 마음 한구석 괴로운 양심적 갈 등속에서 벗어나라고 말입니다. 그들에게도 교육자적인 양심은 마음 한구석에 꼭 살아있을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끝으로, 사건 발생 100일을 맞이하여 관련자들에게 교육자의 양심적 행동을 거듭 촉구합니다. 감사합니다.

서 승 직 올림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