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계자는 10일 “(정 대표와 관련한) 수사 진행 내용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으며 (정 대표의) 소환 여부와 일정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수사의 기본인 밀행(密行)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언론에 보도된 정 대표의 혐의 내용과 관련해 “(정 대표의) 혐의를 공개했는데 사실과 다를 경우 명예훼손이 되고 사실과 부합한다면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기 때문에 혐의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도 “그 사건은 수사 초입 단계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검찰의 브리핑 관행과 어법에 비춰볼 때 ‘수사 결과 정 대표의 혐의를 이미 상당 부분 확인했다’는 뜻의 다른 표현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측면이 많다.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현재 한창 진행 중인 정계 개편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정 대표의 위상을 고려할 때 만약 보도된 혐의가 사실이 아니거나 수사 내용과 전혀 다를 경우 검찰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이 같은 태도를 취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보도된 혐의가 사실과 달랐다면 공식적으로 부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팀이 지금까지 확인된 수사 결과만 가지고도 정 대표를 충분히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또 정 대표의 혐의가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이미 검찰 수뇌부에 혐의 내용뿐 아니라 소환 일정 등 구체적인 수사계획까지 보고됐다는 얘기도 있다.
최근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던 구시대의 악습을 털어내고 정도(正道)에 충실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그 같은 노력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나라종금 사건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한광옥(韓光玉) 민주당 최고위원을 구속하는 등 여권 인사 여러 명을 형사처벌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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