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박형준/과장광고는 효과만점?

  • 입력 2003년 7월 9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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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빠지게 하는 화장품이라는 점을 강조해 주세요.” (화장품 관계자)

“기능성 화장품은 단 3종류뿐이지 않나요? 그 중에 살을 빼는 기능성은 없던데….” (기자)

“한국에서는 그렇죠. 하지만 이 화장품은 일본에서 살 빼는 화장품으로 인정받았어요. 지방을 분해해서 살을 빼준단 말이에요.” (화장품 관계자)

새 상품을 소개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던 중 한 화장품 회사 직원과 통화했습니다. 그 직원은 자사(自社) 제품을 ‘살 빼는 화장품’으로 소개해 달라고 강조하더군요.

일단 식품의약품안전청 안전과로 전화해 확인해 봤습니다. 담당자는 “살을 빼는 기능이 있으면 화장품이 아니라 의약품”이라며 “식약청에서 화장품 가운데 그런 성분을 허가한 적은 없다”고 딱 잘라 말하더군요. “업체의 주장대로 신문에 쓴다면 허위 과대광고가 된다”고 경고까지 해 주었습니다. 현재 한국에 공인된 기능성 화장품은 3종류입니다. 피부 톤을 밝게 해주는 미백(美白)제, 자외선을 막아주는 자외선 차단제, 주름을 막아주는 주름 개선제 등이죠. 화장품의 의학적 기능이 인정돼 식약청이 공식적으로 인정해 준 것입니다. 따라서 ‘살을 빼거나 지방을 분해하는 기능, 피부를 탱탱하게 해 주는 기능’ 등과 같은 표현을 쓸 수가 없습니다.화장품 대기업들은 비교적 충실히 이 내용을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중소업체나 무허가 수입업체는 즐겨 과장광고를 하곤 합니다.

왜일까요? 과장광고를 한 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분명 살이 빠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비슷한 가격이면 왠지 ‘살 빼는 데 효과가 있는 화장품’에 손이 가기 때문입니다. 얄팍한 상술이 눈에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속아 넘어가는 거죠.

다시 그 화장품 업체에 전화를 걸어 식약청 사무관이 들려준 내용을 그대로 전했습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죄송합니다. 원래 제품 용기에 ‘지방을 분해한다’는 표현을 쓰지 못하는 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신문에는 그런 표현이 나가도 식약청에서 별로 문제 삼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게다가 효과도 탁월하고요.”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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