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포레스트검프’ 만든다…자폐증 배형진씨 스토리

  • 입력 2003년 7월 7일 19시 09분


코멘트
자동차 타이어와 초코파이에만 집착하던 자폐소년이 철인(鐵人)이 된 감동적인 스토리가 영화로 만들어진다.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 배형진씨(20.사진). 그는 지난해 8월 강원 속초시에서 열린 철인3종 경기에 국내외 출전자 827명 중 최연소선수로 참가해 철인 칭호를 받은 주인공이다. 바다수영 3.8km 도로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를 15시간06분32초로 완주해냈던 것.

‘시네라인Ⅱ’는 7일 배씨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의사소통이 어려울 정도의 자폐소년에서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로 철인이 되기까지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휴먼드라마로 제작하겠다는 것.

시네라인Ⅱ는 유오성 장동건 주연의 빅히트작 ‘친구’를 제작했던 영화사. 올해 안에 시나리오 작업을 마치고 내년부터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감독을 맡은 정윤철씨(32)는 “불굴의 의지로 자폐증을 극복한 인간승리, 자폐아와 비장애인의 교감을 다루는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 타이어만 눈이 뚫어져라 바라보고 초코파이를 집안에 산더미처럼 쌓아놓곤 했던 배씨는 병원에서 ‘자폐를 겸한 정서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때부터 어머니 박미경씨(44)는 아들에게 가혹할 정도로 줄넘기와 달리기를 시키며 체육을 통한 의사소통능력을 기르게 했다.

배씨는 2001년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로 불렸다. 이어 지난해엔 철인 자격까지 따낸 것. 그는 현재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 증세도 많이 호전돼 혼자 외출까지 할 정도다.

어머니 박씨는 “비장애인들이 자폐아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자신과 똑같은 이웃으로 대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선뜻 영화화를 허락했다”고 말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