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인홍교수 특별기고]韓-中정상회담과 북핵

  • 입력 2003년 7월 6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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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한중 관계를 과거와 다른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전환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수교 이후 한중 관계는 경제와 인적 교류 등에 치중했다. 그러나 북한핵 위기가 발생하면서 양국은 동시에 중요한 전략적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양국의 근본적 안보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북핵 문제는 양국 관계를 과거의 경제 무역, 인적 교류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로 추동(推動)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양국 지도자들은 이번 만남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털어놓고 평화적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라크전쟁 이후 한미 양국의 북핵 문제에 대한 견해를 설명할 것이다. 최근 2개월 동안 한국이 미국에 접근한 것이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약화시킨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또 중국은 그동안 북핵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줄 정도로 신중한 태도를 취해온 이유를 설명할 것이다.

그러면서 양국 지도자는 서로의 희망을 언급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다. 중국측은 한국의 적극적인 대미 설득 및 권고 노력을 촉구할 것이다. 미국이 군사 또는 준(準)군사적 해결책을 동원해서는 안 되며 북한에 모종의 안전보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이다.

4월 베이징(北京) 3자회담의 성사는 중국이 외교적으로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였고 어느 정도의 성과도 거뒀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태도는 중국의 이런 노력이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큰 어려움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강한 동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라크전쟁 이후 북한은 미국의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불안감에 싸여 있다. 미국은 여러 차례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의사를 비쳤지만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거나 외교적으로 대화를 하려는 실제 행동은 보여주지 않았다. 현 북핵 위기가 1993년 1차 핵위기 때보다 해결하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북핵 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북한은 양자회담을, 미국은 다자회담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양자회담이든 다자회담이든 북한과 미국이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어떤 노력도 소용이 없다.

지난해 10월 북핵 위기 발생부터 4월 베이징회담까지 관련국들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 이해는 있었으나 공동 전략은 없었다. 북핵 문제의 해결 방안을 놓고 한미 또는 중-미간에 이견이 있었고 러시아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방미와 노 대통령의 미국 일본 방문 이후 한미일 3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북핵 문제는 이제 위험한 상황까지 왔다.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것이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문제가 돼버렸다.

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막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자회담을 통한 국제통일전선이 형성돼야 한다.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전략(大戰略)을 가져야 한다.

외교적 설득, 핵무기 포기에 따른 경제원조, 적절한 경제압력, 군사위협,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은 모두 대전략의 요소이다.

미국은 군사위협을 가할 수 있으며 동시에 안전보장도 제공할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은 외교적인 설득을 할 수 있다. 적절한 경제압력은 중국이 할 수 있다. 경제원조는 한국 미국 일본이 할 수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 중 한 가지도 빠져서는 안 된다. 모두가 맡은 임무와 역할이 다르다. 한미일 통일전선만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군사 또는 준군사적 해결밖에 할 수 없다. 한미일만으로는 외교적인 설득을 할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가 없다면 평화적 해결은 어렵다. 미국이 이런 상황을 이해하도록 한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 국제통일전선 형성으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면 동북아 다자안보 대화도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북핵 문제는 이런 측면에서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한중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의 질적 도약뿐 아니라 동북아 안보협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정리=황유성베이징특파원 yshwang@donga.com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52세 △중국 난징(南京)대 역사학과(국제관계사 박사) △난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국제정치) △미국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독일연방 동유럽국제정치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덴버대 교환교수 △현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겸 미국연구센터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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