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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리틀 비트와 함께…' 우정 남기고 떠난 '리틀 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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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리틀 비트와 함께…' 우정 남기고 떠난 '리틀 비트'

입력 2003-07-04 17:21수정 2009-10-1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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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비트’와 나란히 베란다에 앉아 있는 저자 잭 베클런드. 이 사진은 지방 신문에 ‘곰과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게재되면서 널리 알려졌다.사진제공 삼진기획

◇리틀 비트와 함께한 여섯 번의 여름/잭 베클런드 지음 홍은택 옮김/224쪽 8500원 삼진기획

나는 곰에 대해 쓴 이 감동적인 일기책을 읽으면서 ‘결국 정답은 없다’고 말한 저자의 화두를 내내 떠올려야 했다. 상실에 대해 생각해야 했다.

저자 잭 베클런드는 50세가 되어 부인 패트와 함께 고향인 미네소타주 그랜드머레이로 돌아온다. 이 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곰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꿔놓는다. 책의 줄거리는 한살배기 야생 곰 ‘리틀 비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저자 부부는 곰에 대한 사전지식이 잘못된 것임을 깨달아간다. 그들은 ‘드물지만 진짜로 미친’ 곰에 대해 읽었고, 그런 곰도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곰 역시 사람과 마찬가지로 각기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대부분 신사적이고 똑똑하다는 사실을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깨닫는다. 그들에게 마음을 열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저자는 책의 끝에 이렇게 적고 있다.

“우리는 곰과 함께 지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고 믿음을 쏟았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곰에게서 배웠다.”

저혈압을 앓는 패트씨가 손을 떨자, 리틀 비트는 앞발을 내밀어 차 받침대처럼 둥글게 만든 뒤 패트의 손을 붙잡았다. 패트씨의 손은 떠는 것을 멈췄다. 매년 리틀 비트가 가장 좋아하는 캘리포니아산 아몬드를 보내주던 장인이 숨졌다. 소식을 전해들은 패트씨가 슬픔에 잠겨 있을 때, 리틀 비트는 패트씨의 머리에 가만히 자신의 머리를 갖다댔다. 마치 슬픔을 나눠 가지려는 것처럼. 낯선 수곰이 나타나 패트씨가 위험에 처했을 때, 수줍고 온순하게만 보였던 리틀 비트가 목숨을 걸고 수곰을 공격해 쫓아버린다.

“우리가 곰들을 이해했다고 생각할 때마다 곰들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니까.” 저자는 가슴에 손을 얹고 계단을 올라오는 패트씨에게 이렇게 말한다.

곰들은 매년 6개월 이상 겨울잠을 잔다. 리틀 비트가 어디서 겨울잠을 자는지를 알고 싶은 저자는 뒤를 밟지만 실패하고 만다. 야생 흑곰인 리틀 비트는 9월 말이면 집을 떠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5월이나 6월 초가 되어 돌아오곤 했다. 리틀 비트는 6년 동안 두 배의 새끼를 낳았다. 곰들은 2년째 되는 해엔 어김없이 새끼와 헤어진다. 새로운 짝짓기를 위해서다.

리틀 비트는 언제나 자신의 이름을 알아듣고 부부가 부르면 100m 떨어진 곳에서도 달려오곤 했다. 영하 40도를 밑도는 혹한과 폭설이 몰아친 겨울이 가고 봄이 다 가도록 리틀 비트는 돌아오지 않았다. 저자 부부는 더 이상 베란다에 곰에게 주던 해바라기 씨를 내놓지 않았다.

저자가 무심코 흘린 말이 마지막까지 마음에 남는다.

“우리는 벌레를 피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리틀 비트도 곧 베란다를 떠났다. 녀석은 먹이나 플라이어 때문이 아니라 단지 우리와 함께 있고 싶어서 그 시간까지 베란다에 머물렀던 것이다.”

이윤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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