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영방송 KBS가 軍 외면하면

  • 입력 2003년 7월 1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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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1라디오가 14일 프로그램 개편에서 국군방송을 폐지하기로 하자 재향군인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KBS는 장애인과 농어민 대상 프로그램도 함께 폐지했다. ‘공영방송’ KBS가 기꺼이 맡아야 할 일이 군인 장애인 농어민 같은 특수계층, 소외계층을 최대한 배려하는 것인데 이들을 위한 방송시간을 확대하기는커녕 한꺼번에 제외시킨 것은 스스로 공영방송이기를 거부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군인들은 지난 49년간 국군방송을 들으며 자주국방의 각오를 다져왔고 장애인들은 22년간 장애인방송을 들으며 위안과 희망을 얻었다. 농어민 프로그램은 1927년 KBS의 전신인 경성방송국 개국 때 시작되어 76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시대가 변했다지만 이들 프로의 효용가치는 늘었으면 늘었지 결코 줄지 않았다.

이번 개편은 군인 장애인 농어민 입장에서는 방송청취권을 빼앗기는 심각한 일이다. 민간방송에서는 상업적 이유로 이들을 위한 프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존중되어야 할 ‘권리’를 마치 군살 잘라내듯 없애버린 KBS의 처사에 관련단체들이 펄쩍 뛰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정연주 신임 KBS 사장은 “사회의 건강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며 공익성을 유달리 강조했다. 그의 첫 ‘작품’인 이번 개편이 그의 약속과는 정반대로 공영방송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은 유감이다. KBS는 뉴스전문 라디오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공영방송이라면 수백만명에 이르는 특수계층에 대한 배려가 뉴스전문 채널의 신설보다는 순위에서 앞서야 한다.

국군방송 폐지는 자칫 국군의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KBS의 앞날에 대한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정 사장이 내세우는 KBS의 공영성 강화가 ‘정치성’과 ‘공익성’ 가운데 어느 방향을 뜻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KBS는 ‘국민의 방송’으로 제자리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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