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대전 시립무용단 신선한 '무대이탈'

  • 입력 2003년 6월 26일 2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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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무용단이 무료 공연을 통해 시민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야외 공연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금요일 저녁이면 대전시 중구 대사동 보문산 중턱의 야외음악당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대전시립무용단이 그해 7월부터 매주 금요일 ‘보문산, 춤과 음악이 있는 풍경’이라는 기획 공연을 마련하면서부터다.

이 야외음악당은 겨우 실내악이 가능한 가로 12m, 세로 3m 규모. 하지만 1966년 건립될 당시만 해도 대전시내에는 공연 시설이 절대 부족한 데다 변변치 않아 고급 공연장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도시개발이 서구 및 유성구 쪽으로 치우치고 그에 따라 대규모 공연장이 이들 지역에 집중되면서 야외음악당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공연장으로 전락했다. 보문산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야외음악당에서 공연은 한차례도 없었다”고 전했다.

대전시립미술관이 이 버려진 야외공연장을 되살려 보자며 ‘예술을 통한 원도심 살리기’에 나섰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 말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8시부터 공연을 갖기 시작했다. 야외공연장임을 감안해 ‘소고춤’ ‘장고춤’ ‘진도북춤’ ‘한량무’ 등 춤사위가 역동적이고 경쾌한 작품을 골랐다.

금요일 저녁이면 조깅이나 등산을 위한 산행객이 아니면 찾지 않았던 야외음악당에 시민들이 점차 몰리기 시작해 지금은 고정 관객만도 120∼150명에 이르게 됐다. 특히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아 돗자리를 펴놓고 김밥을 먹으며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눈에 띤다.

이러다 보니 올해부터는 “우리도 시민들을 위해 무료 공연에 동참 하겠다”며 대전시립합창단과 일반 극단, 농악대 등이 공연을 신청해왔다. 이에 따라 공연은 무용의 경우 월 1회로 횟수를 줄이고 나머지는 농악, 마당극, 시낭송 등으로 채우고 있다.

대전시는 관람객이 늘어나자 야외 공연에 필요한 조명시설을 확충하기로 하고 최근 전기승압공사를 마쳤다.

대전시립무용단 관계자는 “야외공연장이 다시 각광을 받아 원도심도 활기를 되찾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이를 위해 공연 시설이 확충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무용단은 27일 오후 7시 이 야외음악당 공연 사상 처음으로 창작공연‘사람’을 공연한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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