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요리]호텔-레스토랑 특급요리사들 '요리대결'

  • 입력 2003년 6월 26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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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가 끝난 뒤 완성된 요리를 들고 활짝 웃는 참가자들. 똑같은 재료를 사용했지만 각자의 개성에 따라 크기도, 모양도, 맛도 다른 요리가 만들어졌다.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대회가 끝난 뒤 완성된 요리를 들고 활짝 웃는 참가자들. 똑같은 재료를 사용했지만 각자의 개성에 따라 크기도, 모양도, 맛도 다른 요리가 만들어졌다.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쿵쾅쿵쾅, 달그락달그락, 그르릉그르릉, 서걱서걱, 지글지글….

아무도 말이 없다. 사물들이 부딪혀 나는 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울 뿐. 서랍을 열고 닫는 소리, 프라이팬을 렌지 위에 얹어 돌리는 소리, 칼로 감자 당근을 써는 소리.

소리와 함께 주방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냄새들. 그릴 위에서 익고 있는 쇠고기와 각종 재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달콤하면서 고소한 냄새는 식욕을 한껏 돋운다.

하얀 옷, 하얀 모자를 걸친 진지한 표정의 요리사들. 손놀림이 분주하다. 계량컵을 눈높이로 들어올려 소스의 양을 재는 사람, 섬세한 칼질로 쇠고기 덩어리를 똑같은 크기로 저며 내는 사람, 작은 칼로 야채의 모양을 내느라 온 신경을 칼끝에 집중시킨 사람….

20일 오후 서울 숙명-꼬르동블루에서는 요리사들의 한판 대결이 펼쳐졌다. 참가 선수는 전국 호텔과 유명 레스토랑의 요리사 29명. 책임 주방장급 요리사들이 ‘일합’을 겨루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적게는 10년, 많게는 30년 이상의 베테랑 요리사들이 각자의 비법으로 맛과 멋을 만들고 거기에 자존심을 버무렸다.

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칼

선수들 맞을 채비를 끝낸 주방은 고요하다. 각자 작업을 할 조리대에는 주최 측이 준비한 당근, 무, 청경채 등 19가지 부재료가 가지런히 정돈돼 있다. 19가지 부재료는 모두에게 똑같은 양이 지급됐다.

가운데 테이블에는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부재료들이 놓여 있다. 빵가루, 설탕, 박력분, 월계수잎, 쇠고기 육수, 닭고기 육수 등. 원하는 양만큼 사용할 수 있는 이 공동 부재료들을 얼마만큼, 어떤 식으로 사용하느냐가 대결의 성패를 가를 터.

‘무기’도 같은 조건이다. 각자에게 지급된 ‘무기’는 30cm 길이의 셰프 나이프, 야채를 다듬을 때 쓰는 10cm 길이의 나이프, 나무 주걱, 페이스트리 브러시(버터, 소스 등을 재료에 바르는 솔).

▼시험을 앞둔 교실 같은 대기실 풍경.
▼고기망치로 정성껏 쇠고기를 다지고 있다.
▼완성된 요리를 들고 심사실로 달려가는 참가자
▼1등을 차지한 JW메리어트호텔 김동호씨.

오후 1시, 대회 시작. 참가 번호 1번 김동락씨(부산 마이하우스)가 주방에 들어섰다. 긴장된 표정. 당근과 셰프 나이프를 집어 들더니 당근을 두 쪽으로, 다시 네 쪽으로 썰어낸다. 크고 작은 냄비가 쌓인 곳에서 작은 냄비를 하나 꺼내든다. 육수와 양념을 적절히 섞어 주방 한 가운데 렌지 위에 얹어 놓은 다음 다시 조리대로 돌아섰다. 서두르는 기색이 전혀 없다.

10분 뒤 입장한 맹승환씨(그랜드힐튼호텔)는 딴판이다. 주방에 들어서자마자 첫마디가 “고기 어디 있어요?” 열일 제쳐두고 고기망치로 안심 두들기는 작업부터 시작한다. 행사를 보조하는 꼬르동블루 조교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가져다 달라는 주문을 잇달아 던지며 시종 분주하다.

이어 들어온 연호준씨(롯데호텔)는 모든 게 다 갖춰진 뒤에야 요리를 시작하는 스타일.우선 레서피가 적힌 종이를 조리대 앞 벽에 붙였다. 그리고 나선 고기와 프라이팬, 냄비, 믹서 등 필요한 모든 재료와 기구를 조리대 주변에 갖다 놓았다. 그런 뒤에야 칼과 야채를 집어 들었다.

미국에서 요리를 배운 꼬르동블루의 조교 김용철씨는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요리 스타일 따라 칼을 사용하는 방식도 조금씩 달랐다. 고기도, 야채도 큼지막하게 잘라서 굽고 익히는 사람은 셰프 나이프 하나로 거의 모든 작업을 마쳤다. 반면 디테일한 미(美)를 추구하는 사람은 10cm 나이프를 들고 야채의 모양을 내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칼날의 미세한 차이에도 신경이 거슬리는 듯 한 참가자는 요리 도중 칼을 직접 갈았다. 다른 참가자는 “손에 익은 칼을 쓸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손안에 딱 쥐어지는 느낌이 드느냐 안 드느냐의 차이는 무척 크다”고 답했다.

●고기

대회 주최측인 미국육류수출협회가 내놓은 재료는 안심과 안창살 두 종류. 안심은 소의 부위 가운데 살코기가 가장 연한 부분이다. 치맛살이라고도 불리는 안창살은 “5,6년 전만 해도 한국에선 고기 축에도 끼지 못했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 하지만 서구에선 여러 가지 요리에 사용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최근에는 고급 부위로 인정받는다.

고기를 다루는 모습은 참가자별로 달랐다. 어떤 사람은 3인분은 족히 돼 보이는 안심 덩어리를 통째로 열판에 올려 서서히 익혔다. 또 어떤 이는 애피타이저를 하기에 적당할 정도로 작게 잘라낸 뒤 그릴과 오븐을 오가며 굽고 익혔다. 고기의 크기만으로 놓고 보자면 ‘미국식’(고기가 큰 편) ‘프랑스식’(작은 편)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꼬르동블루의 장병동 조교는 “고기를 익힐 때는 육즙이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앞뒷면과 테두리 면까지 센 불에 빨리 익혀 코팅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릴에 구우면 고소한 맛이 나고 고기 표면에 바둑판 모양의 자국을 낼 수 있다. 프라이팬에 굽는 것은 어렵다. 불의 세기와 시간을 맞추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웰던’으로 구우려면 그릴에서 빨리 브라운 색상을 낸 뒤 오븐에서 8분, ‘미디엄’ 상태가 되게 하려면 오븐에서 5분 동안 익힌다.”

●시간

참가자들을 가장 괴롭힌 것은 ‘시간’이었다. 주최측이 준 시간은 90분. 안심과 안창살을 이용한 두 가지 요리를 90분 안에 만들어야 한다. 규정 시간을 넘기면 탈락 또는 감점의 불이익이 주어진다.

문제는 90분이 되기 전에 요리가 완성되어도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점. 요리를 시작해 정확히 90분이 됐을 때 심사위원에게 완성된 요리를 전달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일찍 요리가 완성되면 심사위원 앞에 갔을 때는 식어버린다.

주최측은 “고객의 입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 정한 기준”이라고 밝혔다. 요리사에겐 손님이 원하는 시간에 최상의 상태로 요리를 내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이라는 설명이었다.

90분을 넘겨선 안 되고, 못 미쳐도 곤란한 상황은 재미있는 풍경들을 자아냈다. 느긋하게 손을 움직이던 요리사들도 “○○번 5분 남았습니다”라는 대회 진행자의 ‘최후통첩’이 떨어지면 부산을 떨기 시작한다.

“믹서 뚜껑 어디 있어”라고 외치던 한 요리사는 급한 나머지 손으로 가린 채 믹서를 돌렸다. 또 다른 요리사는 가니시용 야채가 아직 덜 익었는지 냄비 손잡이를 잡은 채 레인지 앞을 떠나지 못했다.

시간 계산을 잘못해 일찍 끝내버린 요리사도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 “17번이 먼저 가야 내가 갈 수 있는 건가? 먼저 가면 안 되는 거죠?” 그의 조리대에는 한껏 멋을 내 장식까지 끝낸 요리 접시 2개가 놓여 있었다.

순서가 된 참가자들은 6층 조리실에서 7층 심사위원실까지 한걸음에 내달렸다. 걸어도 20초를 넘기지 않을 거리인데.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노력이었다.

‘시간의 문제’는 한국 요리 예찬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봉식씨(썬앳푸드)는 “시간문제를 놓고 보면 삼겹살이 최고”라고 말했다.

“손님이 직접 고기를 구워 먹는 한국식 조리법을 보세요. 얼마나 좋아. 먹을 만큼 불에 올리고, 바로 구워서 가장 좋은 상태에서 먹으니…. 그래서 한국식 고기 요리를 좋아하는 외국인이 많아요.”

●손

하황수씨(JW메리어트호텔)는 가니시로 사용할 야채를 다듬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쏟아부었다. 손가락 사이에 겨우 잡히는 방울토마토의 속을 칼로 도려내니 꽃잎 모양이 만들어졌다. ‘꽃잎 모양 장식을 하려나보다’ 짐작하는데 다시 칼을 들이댔다.

꽃잎 모양을 세로로 자르고 잘게 썰어서 최종적으로 만들어낸 건 가로 세로 5mm의 깍두기 모양. ‘이걸 만들려고 이만큼 많은 과정을 거쳤나’ 싶을 정도로 그는 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5mm의 가니시를 만드는 요리사의 손. ‘혀’와 더불어 요리사의 생명과도 같은 부분이다.

주방에서 요리사들은 여러 용도로 손을 사용했다. 가장 기본적인 용도는 맛을 볼 때 주로 사용한다는 점. 너나 할 것 없이 소스의 간을 볼 때는 손가락으로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찰나 김용철 조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요리사들은 대부분 맛을 볼 때 손을 쓴다”고 말했다. 머릿속의 ‘비위생적’이라는 단어는 곧바로 ‘손맛’이라는 단어로 바뀌었다.

뜨거운 스테이크를 뒤집을 때도, 스테이크가 얼마나 익었는지 가늠할 때도, 계란의 노른자와 흰자를 가릴 때도 손이 조리도구들을 대신한다.

요리사들 손의 공통점은 손톱이 살집을 파고들 정도로 짧다는 것. 요리 재료가 손톱 사이에 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작업의 섬세함과는 어울리지 않게 요리사들의 손은 하나같이 거칠고 투박했다. 한 요리사가 “한번 잡아보시죠”라며 내민 손은 마치 건설 노동자의 손처럼 단단했다.

35년간 음식 재료를 만진 김대관씨(노보텔 독산)의 경우 좌우 집게손가락의 굵기가 달랐다. 왼손잡이인 그의 오른쪽 집게손가락은 왼쪽 것보다 얇았다. 김씨는 “왼손으로 칼질을 하면서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하도 많이 베어내 그렇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가락 마디마디에 훈장처럼 새겨져 있는 크고 작은 흉터가 김씨의 연륜을 말해줬다.

다른 요리사들의 손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손가락 끝이 갈라져 있고 팔뚝에는 화상의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상처투성이의 손이 맛을 만들어낸다. 뭉텅뭉텅 잘려 있는 고깃덩어리, 못생긴 감자, 아무렇게나 구겨져 있는 베이컨이 투박한 손을 거쳐 아기자기하고 먹음직스러운 모습으로 바뀐다.

●비법

참가자들에게 대회에 사용되는 재료를 알려준 것은 이날 오전. 짧은 시간에 요리를 구상하는 게 어렵진 않았을까.

후배인 송익회씨(하얏트호텔)가 김대관씨를 치켜세우느라 한 말에 해답이 들어 있었다. “이런 분들은 자신이 곧 ‘레서피’입니다.”

경력이 오래된 요리사일수록 문자로 된 요리법과는 거리가 멀다. 머릿속에 있는 그간의 경험과 손끝, 혀끝이 기억하는 감각이 더욱 중요하다. 김씨는 레서피에 관한 세태의 변화에 대해 한마디 했다.

“옛날 우리 선배들은 남몰래 갖고 있는 자신들만의 요리 비법을 전수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럴 수가 없어요. 밑에 있는 애들에게 레서피를 안 가르쳐주면 일을 안 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걸어 다니는 요리법’을 자처하는 이들이지만 경연대회라는 타이틀이 주는 부담을 떨치지는 못했다. 대기실 풍경은 마치 고시를 앞둔 수험생들의 집합소 같았다. 요리사들은 재료가 적힌 종이를 한 손에 들고 요리 구상에 여념이 없었다. 한쪽 다리를 떠는 사람, 손을 턱에 괸 채 깊은 상념에 빠진 사람,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뒤로 기댄 사람. 어떤 이는 그림까지 그려가며 장식을 어떻게 할지 생각을 짜내고 있었다. 대기실의 프로젝션이 쏘아낸 ‘매트릭스2’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승부

잘 만들어진 요리란 어떤 것일까.

심사위원인 팀 키팅(미국 휴스턴 소재 포시즌스호텔 총주방장)과 마르크 샬로팽(숙명-꼬르동블루 총주방장)의 심사 모습을 지켜보면 답이 나온다.

두 사람은 먼저 전체적인 장식을 본 다음 야채와 고기를 이리저리 뒤적이며 색깔과 모양을 살폈다. 칼로 야채를 쿡쿡 찔러가며 익은 정도를 가늠했고 칼끝으로 소스를 찍어 먹기도 했다. 고기를 칼로 썰어 보며 질긴 정도를 체크했고 고기의 온도를 재는 데는 손을 사용했다.

채점에서 가장 비중을 둔 부분은 역시 맛. 29명이 2가지씩 만들었으니 모두 58가지 요리를 맛본 셈. 한입씩만 먹어도 배부를 법한데 두 사람은 프로답게 끝까지 세밀하게 심사를 마쳤다.

심사 결과 1등은 JW메리어트호텔 이탈리아 식당 ‘디모다’에 근무하는 김동호씨(32)에게 돌아갔다. 안심을 라비올리 모양으로 조리해 ‘창의성’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씨에게는 630만원 상당의 숙명-꼬르동블루 22주 수강권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심사 결과가 발표된 후 참가자들은 샴페인을 높이 들어 행사를 마감했다. 행사장 안을 가득 채운 요리사들의 모자가 한여름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조각구름처럼 허공을 둥둥 떠다녔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심사위원장 맡은 美요리사 팀 키팅▼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에 있는 포시즌스호텔의 레스토랑 ‘콰트로’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의 일화 하나가 전설처럼 남아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참석하는 모임이 이 호텔서 열리던 날, 총주방장 팀 키팅(37·사진)은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발신처가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었기 때문. 백악관 인사는 클린턴 대통령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키팅씨에게 주문했다. 토틸라에 치킨과 치즈 등을 넣어 먹는 멕시코 음식이었다. 대통령의 도착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키팅씨는 “급하게 준비했지만 클린턴은 아주 맛있게,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식사를 마친 뒤 주방에 직접 내려와 키팅씨를 찾아 감사를 표했다.

“클린턴은 내가 본 유명 인사 가운데 최대의 대식가였습니다.”

미국육류수출협회 초청으로 한국에 온 키팅씨는 뉴욕,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의 유명 호텔을 거치며 일류 요리사의 반열에 오른 인물. 열세살 때 주방 설거지부터 시작해 요리에 입문했다. 그의 특기는 각 와인의 종류별로 어울리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

“요리사가 되고 싶으면 가급적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 단, 요리에 대한 열정이 있는지, 그리고 요리에 미칠 자신이 있는지를 스스로 파악한 다음 시작해야 한다.”

그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주방 한 구석에 만들어 놓은 ‘셰프 테이블’이다. 단골 중에서도 유명 인사들을 이곳으로 초대한다.

“사람들은 주방장으로부터 직접 서빙을 받고, 주방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식사하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키팅씨는 미식가인 팝스타 빌리 조엘과 일주일 내내 와인과 음식,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보낸 시간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앨 고어 전 부통령, 사업가 마사 스튜어트, 영화배우 데니스 퀘이드 등도 키팅씨의 단골이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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