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간부 오찬간담회]盧 "언론이 흔들어도 꿋꿋하게 갈것"

  • 입력 2003년 6월 13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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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3일 전국 99개 세무서장 등 국세청 간부 153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불러 특강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다양한 얘기를 했다.

▽부동산 투기 꼭 근절하겠다=노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한 특강에서 “부동산 투기로 서민생활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일은 절대로 용납하지 못한다”면서 “의지를 갖고 어떻게든 꼭 할 것이며, 제도적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투기 근절 방안에 대해선 “모든 부동산 거래의 실명거래 자료를 국세행정기관이 확보하고 축적할 수 있게 제도를 먼저 만들자”고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단 1원의 세금을 붙이더라도 실거래가격 자료를 투명하게 구축하고, 이를 통해서 조세저항이 있을 만한 것은 천천히 하고, 별 이유 없는 저항은 과감히 밀어붙이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전국 세무관서장을 상대로 특강하고 있다.-박경모기자

▽국가 개조 수준의 개혁 추진하겠다=노 대통령은 개혁과 관련해 “내가 가진 개혁은 국가를 개조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개혁은 사람의 행동양식을 개혁하는 것이다. 행동양식은 문화다. 문화개혁을 하겠다. 그렇다고 중국의 문화혁명을 떠올리지는 말라.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내가) 1급수에서 살아온 열목어, 산천어처럼 깨끗한 대통령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2급수 3급수 헤엄치며 진흙탕을 건너서 지뢰밭을 건너서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도덕적 원칙과 긴장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며 도덕성을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다음 대통령은 물장수 하지 말라고 꼭 권유하겠다”고 말해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앞으로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제대로 이행돼 갈 것인가를 감사원이 검증할 것이다. 대통령의 국정방향과 반대로 가거나 안 가는 사람, 옆길로 가는 것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허수아비 대통령이 된다”고 말했다.

▽권력기관 독립 지키겠다=노 대통령은 “앞으로 권력기관이 청와대로부터 독립된, 적어도 부정한 지시에 따르지 않는 독립된 기관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대통령이 된 뒤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국세청장을 만났다. 중간에 전화 통화 한 번 한 것밖에 없다”며 “혹시 청와대에서 전화가 오면 조용히 내게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언론의 비판 개의치 않겠다’=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언론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참모들은 나보고 신문을 보지 말라고 한다. 신문을 보면 대통령이 열 받치고 분위기도 나빠지고, 혹시 감정적인 결정을 내릴까봐 보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신문을 안 보는 게 어렵더라. 요즘은 잘 안 본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언론이 한 번도 잘 했다고 칭찬하지 않았다. 노무현에 대해 독불장군이다, 튄다고 했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도 ‘그 사람 왜 정치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선 때도) 많은 사람이 타협하라고 했다. 그렇지만 성공해왔다. 노무현 방식이 맞다. 그래서 타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흔히들 조중동하는데 일부 언론이 내가 대통령이 안 되게 온갖 일을 다 했으나, 나는 대통령이 됐다. 많은 언론이 비판, 비난으로 흔들겠지만 꿋꿋하게 간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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