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다음대통령은 물장수 말라 권유할터"

  • 입력 2003년 6월 13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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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3일 "각 부처내에 공식, 비공식 개혁 주체세력을 만들겠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전국 6개 지방세무청장과 99개 세무서장 등 국세청 간부 153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불러 특강을 실시, 이같이 말하고 오찬간담회를 통해 건의사항을 들었다.

노 대통령은 "이 조직은 대통령과 긴밀한 협조를 갖고 적당하게 권세를 누리는 '하나회' 같은 비선(秘線)조직이 아니라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실력으로 경쟁하는 희망의 시대로 가는 개혁세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거나 전자메일로 대화해 정신적 가치를 함께 하는 조직이 각 부처에 생길 것이며 대한민국을 개조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모든 부동산 거래의 실명 자료를 확보, 축적해 부동산 투기로 서민생활이 위협당하는 일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 "보유세도 좋고 양도소득세도 좋고, 전체 소득을 통합해서 과세하는 것도 좋지만 그건 앞으로 하기로 하고, 모든 부동산 거래의 실명거래 자료를 국세행정기관이 확보하고 축적할 수 있게 제도를 먼저 만들자"면서 "그걸 통해서 조세저항을 할 만한 건 천천히 하고, 별 이유 없는 저항은 과감히 밀어붙이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국세행정과 관련, "권력기관인 국세청이 청와대로부터 독립된, 적어도 부정한 지시에 따르지 않는 독립된 기관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내가 갖고 있는 개혁은 국가를 개조하는 것이다. 문화개혁을 하겠다. 그러나 중국의 문화혁명을 떠올리지는 마라.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면서 "국가개조는 도덕적 신뢰와 인사권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내 자신이) 1급수에서 살아온 열목어, 산천어처럼 깨끗한 대통령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2급수 3급수를 헤엄치며 진흙탕을 건너서 지뢰밭을 건너서 정권을 잡았다"고 자신을 비유하고 문제의 생수회사 '장수천'을 의식한 듯 "다음 대통령은 물장수 하지 말라고 꼭 권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공무원 중에) 옆길로 가는 사람은 인사과정을 통해 (정부)정책이 와해되는 것을 막겠다"면서 "대통령의 국정방향과 반대로 가거나 안가는 사람, 옆길로 가는 것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허수아비 대통령이 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에 대해서도 언급, "참모들은 신문 보지 말라고 한다. 신문 보면 대통령이 열 받치고 분위기도 나빠지고, 혹시 감정적 결정 내릴까봐 보지 말라고 한다"면서 "그런데 신문 안 보는 게 어렵더라. 요즘은 잘 안 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이 한 번도 잘 했다고 칭찬하지 않았고, YS도 '그 사람 왜 정치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노무현 방식이 맞다. 타협하지 않는 정치를 한 것이다"면서 "언론이 비판, 비난으로 흔들겠지만 꿋꿋하게 간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 주요발언 내용

(1) 부동산 투기 문제 = 부동산 투기로 서민생활 위협하고 침해하는 일은 절대 용납 안 한다. 의지를 갖고 반드시 하고, 제도적으로 하겠다. 보유세도 좋고 양도소득세도 좋고, 전체 소득을 통합해서 과세하는 것도 좋지만 그건 앞으로 하기로 하고, 모든 부동산 거래의 실명거래 자료를 국세행정기관이 확보하고 축적할 수 있게 제도를 먼저 만들자. 그걸 통해서 조세저항을 할 만한 건 천천히 하고, 별 이유 없는 저항은 과감히 밀어붙이겠다.

(2) 권력기관인 국세청에 대한 언급 = 수평적 대통령 되겠다.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국세청장 만났다. 중간에 인사 잡음 때문에 전화 통화 한번 한 것 밖에 없다. 혹시 청와대에서 전화 오면 조용히 내게 신고해 달라. 개인적으로는 야박하겠지만 철저히 단속하겠다. 국가기강 무너지는 것 막기 위해서다. 권력기관이 청와대로부터 독립된, 적어도 부정한 지시에 따르지 않는 독립된 기관으로 만들겠다.

(3) 개혁의 방향 = 내가 갖고 있는 개혁은 국가를 개조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개혁은 사람의 행동양식 개혁하는 것이고, 문화개혁을 하겠다. 중국의 문화혁명을 떠올리지는 마라.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국가개조는 도덕적 신뢰와 인사권으로 하겠다. 잡음이 많이 있다. 1급수에서 살아온 열목어, 산천어처럼 깨끗한 대통령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2급수 3급수 헤엄치며 진흙탕을 건너서 지뢰밭을 건너서 정권을 잡았다. 다음 대통령은 물장수 하지 말라고 꼭 권유하겠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제대로 이행돼 갈 것인가를 감사원이 검증할 것이다. 옆길로 가는 사람은 인사과정을 통해 정책이 와해되는 것 막겠다. 대통령의 국정방향과 반대로 가거나 안가는 사람, 옆길로 가는 것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허수아비 대통령이 된다. 그렇게는 안 될 것이다.

(4) 언론에 대한 언급 = 요즘 시끄럽다. 말들이 많다. 참모들은 신문 보지 말라고 한다. 신문 보면 대통령이 열 받치고 분위기도 나빠지고, 혹시 감정적 결정 내릴까봐 보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신문 안 보는 게 어렵더라. 요즘은 잘 안 본다.

언론이 한 번도 잘 했다고 칭찬하지 않았다. 노무현에 대해 독불장군이다, 튄다고 했다. 불안하다고 한다. YS도 '그 사람 왜 정치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성공해왔다. 노무현 방식이 맞다. 타협하지 않는 정치를 한 것이다. 흔히들 조중동이라 하는데, 일부 언론이 내가 대통령 안 되게 온갖 일 다 했으나 대통령 됐다. 많은 언론이 비판, 비난으로 흔들겠지만 꿋꿋하게 간다. 도와 달라.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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