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일본 공산당과 교류허용 시사

  • 입력 2003년 6월 10일 15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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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일본 국빈방문 마지막 날인 9일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공산당과의 교류를 허용할 뜻을 밝혔다고 일본 산케이신문이 10일 보도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일본 중의원 의장 주최 간담회에서 일본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에게 “한국은 현재 공산당 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는) 민주국가로서는 문제”라며 “내가 일본 공산당을 받아들이는 첫 한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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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산당은 김대중(金大中) 정권 때부터 당 대표단의 한국 방문과 당 기관지 ‘아카하타(赤旗)’의 서울지국 개설 등을 타진하는 등 한국과의 교류를 희망해왔다.

일본 공산당은 구소련이나 북한의 공산주의 정당과 달리 사유재산을 인정하며 일본의 침략전쟁에 반대하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는 합법적인 정당. 북한과는 1983년 북한의 아웅산 테러사건을 계기로 교류를 단절했으며, 현재 중의원과 참의원에 각각 20석의 의석을 보유하고 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과 시이 위원장 간의 대화록을 공개하고 “당시 노 대통령이 ‘한국에서도 공산당이 허용될 때라야 비로소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 (일본 공산당이) 한국을 방문하면 환영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언급한 공산당은 서구나 일본에서처럼 합법 테두리 내에서 활동하고 제도권 내에 진출한 공산당을 의미한다”며 “일본 공산당 위원장과의 대화 과정에서 나온 덕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들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한국이 공산당 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민주국가로서 문제라는 대통령의 인식은 정말 해괴하다”며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공산당 활동을 허용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체를 전면 부정하는 반(反)역사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산케이 신문이 보도한 대화록

△시이 공산당 위원장=평화번영정책에 대한 참여정부의 입장을 인상 깊게 들었다. 앞으로 한국과 우리 당과의 교류가 증진되기를 기대한다. 동북아 전체의 평화 안정에 대해 몇 번이나 반복한 것이 매우 인상 깊었다. 대통령의 성공을 기원한다.

△노 대통령=나는 한국에서도 공산당이 허용될 때라야 비로소 한국이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와대측 설명:산케이 보도처럼 네거티브하게 얘기하지 않고, 인정됐을 때에 민주주의가 완성된다는 취지로 얘기. “내가 일본 공산당을 받아들이는 최초의 한국 대통령이 될 것이다” 부분은 기억이 분명치 않다고 해명)

△시이 위원장=기쁘게 생각한다.

△노 대통령=한국을 방문하면 환영할 것이다.

△시이 위원장=그런 기회가 있기를 기원한다. 꼭 한국을 방문하고자 한다.

△노 대통령=나는 방문을 피하거나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시이 위원장=감사한다. 성공을 기원한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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