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유경숙/日本서 느끼는 청년실업

  • 입력 2003년 6월 9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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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숙
일본 생활 석 달째를 맞는 새내기 유학생이다. 요즘 일본 언론에서도 한국의 경기 침체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일본의 외국인 유학생 역시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는 마찬가지다. 언어가 안 되는 초보 유학생 사이에 홀 서빙, 호텔 청소, 설거지 등 아르바이트 자리를 5만7000엔(약 60만원)에 사고파는 문제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나마 형편이 좀 나은 한국 유학생은 이런 아르바이트를 잘 하지 않지만, 중국 유학생 사이에서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취업 알선업체에서 일자리를 소개받고 빼앗기듯 수익금의 일부를 넘기던 과거와 달리, 가난한 유학생 사이에서 자연 발생한 기형적 방법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이 때문에 과거 친구나 선후배 간에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던 따뜻한 기억은 이제 일본에서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오랜 경기 침체로 갖은 고생을 다하는 모습은 일본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 청년실업이 최고조에 이른 것은 이미 상식이 되어버렸다. 취업전선에 뛰어든 학사, 석사 졸업자들은 더 이상 그들의 학벌을 기억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 유학생과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같은 시대를 함께 고민하고 헤쳐가야 한다는 동반자적 공감대를 갖게 만든다. 과거 한일 양국의 골 깊은 반감보다 이런 유대감이 더 강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작년 6월에 열렸던 한일 월드컵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우호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얼마 전 TV에서 도쿄 신주쿠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 기간에 아시아인이 하나둘 연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 아팠던 적이 있다. 오랜 경기 침체로 자기 나라 국민도 살기 어려운 이곳 일본에서 과연 한국 젊은이들이 제대로 배우고 살아갈 수 있는 묘책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유학생활을 해온 한 선배는 “자신의 현실을 정확히 보라”고 조언했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을 갖지 말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만을 향해 실력을 쌓으라는 말이었다. 모쪼록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타지에서 고생하는 유학생들이 좀 더 힘차게 자신의 삶을 꾸려가길 바란다.

유경숙 유학생·일본 도쿄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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