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온다" 건설의 날 행사 해프닝

  • 입력 2003년 6월 9일 0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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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가 18일로 예정된 건설의 날 행사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참석을 이유로 업체들에 무리한 행사 준비를 요구했다가 파문이 일자 이를 취소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교통부와 건설 관련 단체 연합회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18일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할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한 친환경 신기술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갖기로 했다”는 내용을 담은 협조공문을 3일 건설업체와 대한주택공사 등 건교부 산하기관에 통보했다.

건교부는 또 기획관리실장을 단장으로 한 추진기획단까지 구성해 업계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두 차례 갖기도 했다.

이에 따라 참여 대상 업체와 기관들은 영상물과 전시관 제작에 1억∼2억원의 ‘생돈’을 들여야 하는 데다 2∼3개월 준비해도 부족한 전시관 등을 불과 10여일 만에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자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대형 건설회사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안정대책으로 가뜩이나 회사도 어려운데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통했던 전시행사를 치러야 하느냐”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을 정도.

이처럼 업체들의 불만이 커지자 건교부는 5일 전시회 개최를 전격 취소했다.

건교부 당국자는 “건설업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을 수 있는 기회로 삼고자 했지만 업체들이 준비하는 데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커 전시회를 중단했다”며 “건설의 날 행사는 당초 계획대로 유공자에 대한 시상식 수준에 머물 것이며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해프닝에 대해 “진정으로 경제를 살리고 싶다면 대통령이 참석해 상장을 주는 겉치레 행사보다는 며칠이 걸리든 건설업체와 정부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경제회생 방안을 찾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아쉬워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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