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스캔들 투자銀-보험사 '벌금 눈치싸움'

  • 입력 2003년 6월 6일 19시 07분


코멘트
‘월가 스캔들’로 벌금을 물게 된 투자은행과 이들이 가입돼 있는 보험회사들 사이에 벌금을 누가 낼 것인지를 놓고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고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7일자)에서 보도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4월28일 살로먼스미스바니 메릴린치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 등 10개 투자은행과 증권사들에 총 14억달러를 내도록 했다. 이 중 정말 ‘벌금’에 해당하는 4억8750만달러는 보험 청구를 할 수 없지만 3억8750만달러의 부당이익 환수, 8000만달러의 투자자 교육비용 등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대부분의 투자은행은 ‘관리자 보험(D&O)’과 ‘실수 및 누락 보험(E&O)’을 들어 놓고 있다.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이나 직원의 비고의적 실수 및 누락으로 소송이 걸려 회사가 손실을 봤을 때 이를 보장해주는 보험이다. 두 보험 모두 사기나 고의적 비리에 의한 손실은 커버하지 않는다. 보험사측은 월가 스캔들이 사기성이 있으므로 보험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고 투자은행들은 사기가 아니므로 보험청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은행들은 SEC가 부과한 돈은 직접 내더라도 앞으로 봇물 터지 듯 쏟아질 가능성이 있는 개인투자자들의 소송에 대해서는 소송비용과 합의금을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싼 편이었던 D&O와 E&O 보험료는 지난 3년간 각종 스캔들이 터져 나오면서 크게 올랐다. D&O 보험료는 지난해에 30%나 올랐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투자은행과 증권사가 이 보험을 들 때 내야 할 보험료는 3, 4배나 올랐다.

한편 보험 계열사를 많이 가지고 있는 버크셔 헤서웨이사의 워런 버핏 회장은 “잘못된 경영과 보고서 작성으로 인한 손실을 보험으로 막아주면 투자은행들은 이러한 잘못된 행위를 계속 저지르게 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