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끝났나"…베이징 다시 활기

  • 입력 2003년 6월 6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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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6시반경 중국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 퇀제후(團結湖) 부근의 다둥카오야뎬(大董고鴨店).

일본인 등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유명 오리구이 음식점인 이곳에는 퇴근시간이 되면서 10여분 만에 20여개의 테이블이 손님들로 꽉 들어찼다.

흰 마스크를 쓴 여점원은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한창일 때는 하루 저녁에 다섯 테이블을 채우기 어려웠는데 지난주부터 다시 손님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면서 “하지만 예약하지 않으면 한 시간씩 기다리던 사스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했다.

한달반 이상 사스에 짓눌려 도시 기능이 마비되다시피 했던 베이징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주부터 사스가 진정세를 보이면서 4, 5일에는 처음으로 연 이틀간 사스 신규환자와 추가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한산하기만 했던 거리에는 다시 차량과 사람들이 늘어났고 상가들도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시내 주요도로에서 정체 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5일 베이징 시민들이 즐겨 찾는 스웨덴계 대형할인매장인 ‘이케아’와 세일행사로 사스 기간 중의 매출액 손실을 만회하려는 태평양백화점에는 밀려든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교민 김지현씨(27)는 “백화점에 들어갈 때 마스크를 한 직원들이 체온 측정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스사태 이전과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도 자신감을 얻은 듯 종전 폐쇄명령을 내렸던 실내체육관을 7일부터 다시 개관토록 하는 한편 영화관, 극장, 국립도서관도 조만간 문을 열도록 했다. 또 고교 3년생을 대상으로 한 대학입학자격시험도 예정대로 7일 실시키로 했다.

위생부는 5일 “13개의 사스 지정병원 중 6개 병원의 사스환자가 모두 퇴원했다”면서 “앞으로 10∼15일이면 베이징의 사스환자 대부분이 퇴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으로 다시 들어오는 한국인들의 수도 점차 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베이징지점의 한 관계자는 “사스가 급격히 확산될 때 240좌석 중 하루 10좌석을 채우기 어려웠으나 지난주부터 100명선을 넘어섰다”면서 “사스를 피해 출국했던 유학생들이나 주재원 가족이 돌아오고 있고 비즈니스맨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정상화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사스 확산을 우려해 문을 닫도록 했던 술집, 가라오케, PC방, 일부 음식점 등에 대한 영업중지 명령이 해제되지 않았고, 농촌 출신 노동자들의 귀향이나 베이징 재진입 불가 조치도 풀리지 않았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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