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여행책자 '론리 플래닛' 발행인 토니 휠러 訪韓

  • 입력 2003년 6월 4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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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옥기자
김미옥기자
믿거나 말거나, 여행자들 사이에 전해지는 ‘전설’ 같은 이야기 한 가지. 1991년 걸프전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막의 폭풍’ 작전을 수행하는 병사들의 손에는 작전 지도 대신 여행서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이 들려있었다.

이 여행서가 매우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을 과장되게 표현한 말이지만 ‘론리 플래닛’은 현재 전 세계 17개 언어로, 650여종이 발간되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여행안내서’로 평가받고 있다. 하루에서 1주일가량 도시를 여행하는 사람들과 비즈니스맨을 위해 그 지역 최고의 볼거리, 맛집, 쇼핑 등 여행 정보를 엄선한 포켓북 시리즈이다.

배낭여행자의 ‘전범(典範)’으로 일컬어지는 ‘론리 플래닛’의 한국어판(안그라픽스) 발간을 맞아 토니 휠러(56·여행 전문출판사 ‘론리 플래닛’ 설립자)가 한국을 찾았다. 4일 만난 그는 7월에 나올 ‘Seoul(서울)’의 영문 개정판을 손에 들고 있었다.

1970년대 초, 토니 휠러와 모린 휠러 부부는 런던에서 출발, 발리 등 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1년여를 보내고 호주에 정착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이들에게 “어떻게 여행을 했느냐?” “비용은 얼마나 들었는가?”라고 묻곤 했다.

똑같은 대답을 반복하던 부부는 실제 여행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담은 여행서가 필요하다는 점에 생각이 미쳤다. 그렇게 태어난 첫 책 ‘Across Asia on the Cheap’(1972)는 ‘론리 플래닛’의 ‘모퉁이돌’이 됐다.

‘론리 플래닛?’ 고독한 행성? 이름의 연유를 묻자 그는 먼저 웃음으로 답했다.

“조 카커의 노래 ‘우주 선장(Space Cap-tain)’에서 비롯된 거예요. 가사 중에 ‘this lovely planet caught my eye(이 사랑스러운 행성이 내 눈을 사로잡았네)’라는 대목이 있는데, ‘러블리’를 ‘론리’로 잘못 알아들었어요. 잘못된 가사를 알고 있다고 아내가 일러줬지만 ‘론리 플래닛’의 느낌이 더 좋았어요.”

‘론리 플래닛’은 국가별로 2, 3명의 저자가 집필한다. 유럽편에는 23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저자들을 해당 지역에 보내기 전에 사전 교육을 철저하게 한다. 어떤 식당을 취재할 것인지 또 이미 나온 여행서들과 비교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등을 가르친다. 작가들은 여행객들이 많이 몰리는 4, 5월경에 현지에 간다.

“체험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요. 호텔에 묵으며 침대는 푹신한지, 버스는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죠. 이런 정보들을 모아서 7, 8월에 책을 쓰고, 하반기에는 책 제작에 들어가 새해에 책을 펴냅니다.”

2, 3년을 주기로 각 지역의 정보를 갱신하는 일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론리 플래닛’의 저자는 모두 프리랜서. 설립자는 “작가들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토니 휠러 자신도 티베트, 인도, 일본편 등 30여편의 여행서를 직접 저술했는데 여행가이자 여행서 작가로서 어디를 가든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걷기’라고 했다. 어디든 직접 걸으면서 ‘론리 플래닛’의 지도가 정확한지 확인한다.

그는 지난해 북한을 방문했는데 “스탈린주의 테마파크 같다”는 인상을 전했다.

“베이징에서 기차편으로 평양에 들어갔습니다. 원산을 거쳐 칠보산 백두산 등을 2주 동안 둘러봤지요. 사람들이 아주 친절했어요. 한 호텔에 묵으면서 그곳 사람들과 호텔 운동장에서 함께 축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끝으로 그는 배낭여행을 갈 때 반드시 챙겨갈 세 가지를 묻자, “자기 자신, 그리고 많이 챙기지 말 것”이라는 알쏭달쏭한 답을 들려줬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여행은, 독립적으로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배우기 위한 아주 소중한 경험입니다. 자기 자신만 데리고 가라는 것이죠. 그리고 덜 가져가는 것이 많이 가져가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세 번째는? “물론 ‘론리 플래닛’이지요.”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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