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포위츠, 여중생사망 사고 1주년 앞두고 사과

  • 입력 2003년 6월 2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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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울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2일 오후 미군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 1주년을 앞두고 "부시 미대통령과 럼스펠드 국방장관, 미국민과 함께 유족들에게 깊은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방한중인 울포위츠 부장관은 이날 서울 롯데호텔에서 토마스 허버드 주한미대사, 리언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여중생 사고는 실로 비극적인 사고였고 유족에게 큰 슬픔을 안겨줬고 한국 국민에 많은 분노와 의심을 유발했다"면서 이같이 사과했다.

울포위츠 부장관은 또 주한미군 전력증강 문제와 관련, "향후 4년간 미국이 한반도 주둔 미군전력 증강을 위해 150개 프로그램에 투자할 것이다"고 밝히고 "이는 한미동맹을 새로 정립해 군사력을 극대화시키고 한국군의 능력에도 더 많은 투자를 해 방어와 억지력에 한국군이 더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취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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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동맹 강화 메시지 북에 보내야"

그는 "이런 변화의 목적은 억지력의 약화가 아닌 강화이며 한반도 억지력 유지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강하고 이 억지력이 한반도의 경제적 사회적 발전의 원동력이 됐고 향후 50년 뒤에도 이를 유지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핵위협과 관련,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에 따르면 북한의 말을 결코 농담이나 장난으로 여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미 검증된 부분에 대해선 북한에 항의하고 확인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추가로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울포위츠는 특히 한국 측에 대한 국방비 증액 요구와 관련, "한국 정부의 전력 강화는 전쟁시 한국과 미국인 모두의 목숨을 구할 수 있고. 또 전쟁 발발을 막을 수 있는 억지력을 키울 수 있다"면서 "한국의 국방비 증액을 언급한 이유는 바로 동맹관계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많은 군사적 투자를 하고 있고 한국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같은 정부와 협상할 때는 인센티브와 디스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이 긍정적 방향으로 나가도록 하기 위해선 한국과 일본 등이 북에 대한 공동입장을 구축하고 북한에 대해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밖에 울포위츠 부장관은 이라크 문제에도 언급, "한국이 아프간과 이라크의 평화유지와 재건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한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한국이 전 세계에 지도적인 국가로 부상함에 따라 과거 한국이 다른 나라에 도움을 받은 것처럼 다른 나라를 도울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울포위츠 부장관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초청으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오찬 간담회에서 "이제 인계철선과 같은 오래된 개념이나 구호에서 벗어날 때"라며 "한국의 특정지역에 몇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느냐를 가지고 미국의 한국에 대한 공약을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 국방부측이 현재 휴전선에 근접해 주둔하고 있는 주한 미 2사단 병력을 재배치하는 문제를 당초 방안대로 추진할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어 "10년 전에 한미 양국은 한반도에서 전술 핵무기 철수 등 중요한 변화에 합의했으나 현재 대북(對北) 억지력은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며 "실질적인 인계 철선은 동맹의 실체에 근간을 둔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그 정신"이라고 말했다.

울포위츠 부장관은 또 "최근 국제분쟁과 안보환경은 크게 변화했으며 한미동맹 관계도 올바른 방향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양측이 올해 말까지 포괄적인 이해에 접근해 내년부터는 합의된 사항들에 대해 한미 양국군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울포위츠 기자회견 내용(허버드 주한미대사, 라포트 주한미사령관 배석)

▶머릿말=며칠 후 13일에는 여중생 사망사고 1주년을 맞는다. 실로 비극적인 사고였고 유족에게 큰 슬픔을 안겨줬고 한국국민에 주한미군의 주둔에 많은 분노와 의심을 유발했다. 부시대통령과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 미국 국민들과 더불어 유족들에게 깊은 사과 말씀을 드린다.

미국은 결코 아름다운 두 소녀를 잊지 않았다. 유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난 1년간 주한미군과 한국정부는 사고 재발을 위한 조치에 노력을 기울였다. 금요일에 안전 수칙에 합의했다. 내가 방한한 둘째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 조영길 국방장관과 논의를 위한 것이다. 오늘 오전 여야의원들을 만나 한국에 대한 주한미군의 억지력을 확인을 하고 양 국방장관이 합의한 미래 한미동맹에 대해 논의했다.

한미 미래동맹 연구의 목적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조정하고 또 정립하는 것이다. 21세기초 방어를 위해 이 모든 관계를 재조정한다는 의미다. 최근 두 전쟁에서 미국이 실로 놀라운 새 군사력을 보유하게 됐음을 알 수 있었다.

주한미군 전력 증강계획을 통해 향후 4년간 미국이 한반도내 미군전력 증강을 위해 150개 프로그램에 투자할 것이다. 동맹을 새로 정립해 군사력을 극대화시키고 한국군의 능력에도 더 많은 투자를 해 방어와 억지력에 한국군이 더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취지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런 변화의 목적은 억지력의 약화가 아닌 강화이며 한반도 억지력 유지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강하고 이 억지력이 한반도 경제적 사회적 발전의 원동력이 됐고 향후 50년 뒤에도 이를 유지할 것이다. 양국의 증강된 군사력을 도입, 북한의 비대칭적 위협에 대처할 수 있고 한반도 전쟁억지라는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아프간과 이라크의 평화유지와 재건을 위해 많은 기여를 한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이 전 세계에 지도적인 국가로 부상함에 따라 과거 한국이 다른 나라에 도움을 받은 것처럼 다른 나라를 도울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매일 이라크에선 대규모 공동묘지가 발견되는데 후세인이 다른 어떤 독재자보다 회교도인들을 대량으로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이라크 국민들은 이보다 훨씬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전쟁과 독재를 경험한 한국인들이 이런 이라크인들을 잘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이라크에 대해 더 기여하고 한국 국민들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격적인 질문을 받기에 앞서 두 가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훌륭한 만찬과 클래식 음악과 전통음악을 들려주신 조 장관과 오늘 오전 귀중한 회담시간을 내 주신 노 대통령께 감사드린다. 매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헌신중인 한미 장병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일문일답

-어제 미 2사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부장관은 북한에 대해 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미국은 북한이 이미 과대망상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 이같은 표현으로 인해 북한의 이런 태도가 더 증폭되는게 아닌가.

"어제 비무장지대에서 국경 너머로 북 위협에 대항해 보초를 서고 있는 한미장병들을 봤다. 북한이 이런 위협을 할 필요도 없고 재정적 능력도 없다. 이런 위협이 사라진다면 한반도와 나아가 세계가 더 나아질 것이다. 북한은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하고 북한주민들이 더 나아질 수 있는 정책을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할 것이다. 20년간 아시아를 여행하면서 바로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하는 아시아인의 능력을 보았다. 문제가 무엇인지의 인식에서부터 출발해야 하겠죠.

-군사력 변화와 관련, 2사단 재배치가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끼칠까. 말레이시아에서 있을 5자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물론 육군과 관련된 근본 변화가 있다면 미 2사단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핵심은 한반도의 병력이 공격을 받을 때 신속하게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게 보유되면 억지력 강화되고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다. 우리 병력이 신속능력을 필요로 하고 2사단의 재조정과 재편과 관련, 이 모든 노력이 이뤄질 것이다. 구체적으로 향후 다자회담의 시기와 장소는 국무부에 질문을 하라. 북핵문제와 관련해 진전을 위해선 다자간 틀을 거듭 강조해왔다. 이 자리에서 동북아의 핵심 5개국이 북한에 대한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원하고 이를 통해서 한반도의 평화를 앞당기고 북한 주민들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북핵에 대한 구체적 증거는 무엇이고, 최근 주한미군 전력 증강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는게 아닌가.

"북이 실제로 무엇을 보유하고 있는가는 북한과 관련해 확인 가능하거나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 또 미국의 정보능력도 완전하지 않다. 북한처럼 폐쇄국가에 대해 완벽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에 따르면 북한의 말을 결코 농담이나 장난으로 여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미 검증된 부분에 대해선 북한에 항의하고 확인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추가로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한미군의 전력강화는 방어적인 성격이며 억지력 강화가 목적이다. 이에 대해 여러 말이 나올 수 있지만 어쨌든 장단기적으로 보면 이와 같은 전력강화가 억지력을 강화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진정으로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해선 북한이 미사일 탱크 대포에 전용중인 자원을 북한주민을 위한 복지에 사용하는 것이다. 북이 이렇게 하면 우리도 더욱 긍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가 통일 돼 모든 사람들이 번영과 평화를 구가하게 된다면 좋을 것이다. 물론 달성하기 쉽지 않지만 계속 목표를 기억하고 나가야 한다.

-오늘 오전 국회 국방위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국방비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배경은. 최근 주한미군의 전력 증강과의 연계성은.

"오전에 언급했다. 현재 한국의 국방비는 2.7% 수준이다. 미국도 국방에 많은 기여를 하는 만큼 한국도 더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작은 투자를 통해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특수부대는 능력면에서 최고이나 아직도 첨단통신장비 대신 종이와 연필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이 혁신적인 능력의 발휘 이유는 아프간전에서 첨단통신장비를 사용한 것이다.

한국정부에서 이런 특수부대에 소규모 투자를 해 그만큼 방어 능력을 강화하고 한국군의 능력을 몇 배로 증가시킬 수 있다. 이런 전력 강화는 전쟁시 한국과 미국인 모두의 목숨을 구할 수 있고. 또 전쟁 발발을 막을 수 있는 억지력을 키울 수 있다. 굉장히 유용한 투자이고 한국정부가 부담할 수 있다고 본다. 내가 한국의 국방비 증액을 언급한 이유는 바로 동맹관계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많은 군사적 투자를 하고 있고 한국도 해야 한다고 본다.

-미국 정부의 구체적인 전략은 당근이냐 채찍이냐.

"만약 북이 남한을 위협하는 미사일을 구축하지 않았다면 패트리어트는 언급할 필요가 없다. 이는 전적으로 방어적 성격이며 굉장히 소중한 것이다. 얼마전 걸프만에서 수많은 미군들을 보호한 것도 이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많은 국민들을 보호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보며 이것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북과 같은 정부와 협상할 때는 인센티브와 디스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방향의 선택권은 북한이다. 북한은 계속 고집할 수 있거나 더 나은 미래를 구축하고 생존확률을 높이고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 길로 나갈 수 있다. 긍정적 방향으로 나가도록 하기 위해선 한국과 일본 등이 북에 대한 공동입장을 구축하고 북한에 대해 변화를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조영길 국방장관 대화록▼

▶울포위츠=여기 오기 전 장영달, 박세환 의원 등 국회 국방위원 10명과 조찬을 가졌다. 의원들이 라포트 사령관의 전력증강 계획(2006년까지 110억달러 이상 투입, 주한미군 전력 대폭 증강·동아일보 2일자 A2면 보도)이 인상적이라고 받아들였다. 주한미군이 철수할 계획이라면 왜 이런 투자를 하겠는가. 또 현 전투준비태세가 완벽하다면 왜 이런 투자를 하겠는가. 주한미군의 전력증강 내용을 의원들에게 설명하면서 한국의 국방비 증가와 관련해 메시지를 의원들에게 전달했는데 장관님은 어떻게 생각하나.(이에 대해 황영수 국방부 대변인은 울포위츠가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국방비 증액 필요성에 대해 얘기를 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

▷조 장관=주한미군이 전력증강을 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상당히 인상 깊게 보고를 받았다. 군은 전략과 작전 양상에 부응해 변화를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한미군의 전력 증강은 한국군에게도 많은 교훈을 주고 나 역시 한국군의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을 위해 더 노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방예산이 많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대통령에게 건의한 바 있다. 향후 양국간에 정보를 교환하며 '트랜스포메이션'을 해 나가길 기대한다. 그리고 한국은 이런 것들에 대해 아프간 전쟁을 통해서 도출된 교훈을 통합, 반영해나가면서 노력중이다.

▶울포위츠=어제 주한 미7공군사령관에게 소파(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관련 보고를 받았다. 훈련중 안전문제에 대해 많은 보완계획을 준비중이라고 보고받았다. 많은 안전조치가 강구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현재 소파는 올바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게 잘 적용되길 바란다.

▷조 장관=소파의 기본문과 정신에는 문제가 없지만 기본문 만으론 모든 상황을 상정해서 적용하기 어렵다. 그 정신하에서 규칙을 만들어 잘 적용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라포트 주한미군사령관=소파 위원회 밑에 특별위원회를 둬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중이다.

▷조 장관=작년 여중생 사고는 그 자체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영향을 받아 더욱 악화된 것이었다. 앞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할 경우 양국간 잘 협조해 처리한다면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울포위츠=장관님 말씀이 중요하고 많은 교훈을 얻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그 사고를 계기로 한국의 법 체계 등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는 교훈을 얻었다. 한국군의 이라크 전후복구 지원 참여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한국군이 어려운 여건하에 지원중인데 많은 경험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조 장관=국군의 참여에 대해 국민들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미동맹을 과시하고 한국군의 참여를 통해 전장의 교훈을 보고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울포위츠=주한미군 재편에 대해 지원하는 것에 고맙게 생각한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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