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블랙박스]심은하의 용기있는 선택

  • 입력 2001년 5월 21일 18시 56분


정상의 영화배우 심은하가 곧 결혼한다고 한다.

심은하의 애인으로 알려진 사업가 정모씨가 월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결혼 사실을 직접 밝혔다는 소식이다. 영화 관계자들은 설마 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자 다들 아쉬움을 표시했다.

가뜩이나 배우 기근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 영화계의 현실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우가 결혼과 함께 연기 생활을 접는다고 하니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문득, 9년 전 방송국 구성작가로 활동할 무렵 그녀를 처음 봤던 때가 생각난다. 어느 매니저의 추천으로 연기자 지망생이라는 그녀를 만났는데 첫 느낌은 ‘가다듬어지지 않은 보석’ 이었다. 한 마디 말도 없이 조용히 앉아있기만 하던 그녀였지만 인형 같은 얼굴에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당시 SBS의 한 드라마 PD와의 점심 약속에 그녀와 매니저와 동행해 참석했는데 그 PD는 “마스크는 좋은데 너무 끼가 없어 보인다” 며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에 그 매니저는 그녀와의 계약을 포기했다.

하지만 얼마 후, MBC 공채 탤런트로 합격한 심은하는 당시 스타였던 고소영, 박소현 등이 거절해 캐스팅에 난항을 겪고 있던 드라마 <마지막 승부>에 파격적으로 기용됐고 ‘다슬이’역 하나로 화려한 스타로 떠올랐다.

그 후 심은하는 몇 번의 스캔들을 겪었지만 그 와중에 그녀는 오히려 강해졌고 청순하기만 했던 눈빛에는 독기와 함께 카리스마가 살아나면서 최고의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영화계에서 소위 ‘대박’이라고 부르는 빅히트 작품 10위 내에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대중들은 “부셔버릴 거야!”를 외치던 드라마에서의 그녀의 모습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의 그녀 모습을 잊지 못한다. 사람이 물러날 때를 안다는 것은 참 어렵다고 한다.

연예계 스타가 되면 1년에 적어도 5억에서 10억의 수입이 보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심지어 20억이 넘는 고소득을 올리는 스타도 있다. 그런데 이런 부귀영화를 버리고 화려한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당대의 스타였던 정윤희나 고현정이 인기 절정의 순간에 결혼과 함께 화려한 무대를 내려왔듯, 심은하도 화려하지만 쓸쓸한 스타의 길 보다는 한 여인으로서 행복을 선택한 것 같다. 아직도 수많은 시나리오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고, <청춘의 덫>에서 보여주었던 물오른 그녀의 연기를 갈망하는 시청자들이 수두룩하지만 그녀는 무대를 내려오려 한다.

이제는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 냉장고나 커피 CF에서조차도 그녀를 만나볼 수가 없다고 하니 무척 아쉽지만 한 여자로서 그녀의 행복을 기원한다.

김 영 찬(시나리오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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