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총리서리는 30일 기자들에게 그 전말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어제 내가 두 분을 추천했더니 대통령께서 박영숙(朴英淑)씨가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자고 ‘합의’하고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구평민당 총재권한대행을 지낸 ‘DJ사람’ 박씨를 추천한 데 대해 “합리적인 분이다. 여성계의 추천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박씨로 합의를 봤으나 29일 밤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이 전화로 ‘박씨에겐 여러가지 재고할 부분이 있다’고 말해와 ‘B안’이었던 김모임(金慕妊)씨로 낙착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청와대측 해명은 다르다. 김총리서리의 제청을 받고 김대통령은 고개만 끄덕였지 ‘합의’한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 검증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것.
이런 인식차 때문에 청와대회동 이후 청와대와 총리실은 엇갈리는 발표를 했다. 총리실은 “김총리서리가 박씨를 단독 추천했다”고 밝혔고 청와대는 “두 명이 복수 추천됐으나 검증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어쨌든 후임장관엔 박씨가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박씨는 탈락했다. ‘결격사유’는 무엇일까. 김총리서리는 “전혀 모르지야 않지만 내 입으로 말하기 싫다”고 했다. 총리실에서는 “재산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더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청와대측은 “전문지식과 경험을 고려, 김씨를 발탁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지역편중문제로 고민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가 고등학교를 광주에서 나온 것 때문에 인사편중시비에 말려들 것을 우려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박씨의 재산문제에 대해서는 “형성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즉 복수 추천된 두 후보중 전문성과 검증결과를 토대로 김씨가 발탁된 것일 뿐 별 문제가 없다는 얘기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청절차와 임명과정에서 김대통령과 김총리서리간에 미묘한 신경전, 파워게임이 전개됐다는 관측이 없지 않다.
이에 대해 김총리서리는 “무슨 권력투쟁이니 뭐니 하는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인선과정을 둘러싼 혼선은 대통령과 총리서리간의 법률적 관계와 공동정권의 두 수장으로서 정치적 관계가 혼재된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