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총리서리는 이날 청와대에서 후임장관 여성후보 2명을 김대통령에게 제청한 뒤 총리집무실로 돌아와 득의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한 측근은 “김총리서리의 제청에 김대통령도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대학총장 교수 언론사고위간부 등 많은 여성인사들이 후임장관 물망에 올랐으나 박씨의 이름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총리실의 吳효진공보실장조차 “나도 물을 먹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실제로 박씨의 인사파일은 김총리서리가 청와대로 올라가기 직전인 오후4시40분경 실무자가 작성해 전달했으며 청와대 보고가 끝난 뒤 총리실 관계자가 박씨에게 전화를 걸어 후임장관 제청 사실을 통보해 줬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신임장관에 여성이 임명되리라는 것은 이미 여러 경로로 확인됐다. 김총리서리와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가 이날 아침 모호텔에서 후임인선을 협의하면서 ‘당외의 참신한 여성인사’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김대통령은 이에 앞서 28일 밤 TV뉴스에서 남성들이 후임장관에 주로 언급되자 두차례나 김중권(金重權)비서실장을 통해 김총리서리측에 “여성인사가 좋겠다”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자민련은 이날 논평을 통해 “박씨를 후임장관으로 제청한 것은 새정부가 여성을 배려하고 공동정권의 화합정신을 살리기 위한 조치”라며 환영했다. 김총리서리가 ‘박영숙 카드’로 의표를 찌르는 인선을 한 것이 앞으로 성공한 인사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