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용평가등급 하향평준화…회사채 발행「산넘어 산」

  • 입력 1998년 4월 20일 19시 33분


기업이 국내 신용평가 기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정보 등 3대 신용평가기관이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할 때 매기는 신용평가 등급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기업은 신용평가기관 두 곳에서 평가를 받아야 하며 이 중 낮거나 같은 등급이 인정된다.

지난해말에서 올 1월까지 다른 평가기관에 비해 높은 등급을 매긴 비율은 △한신평 10% △한기평 40% △한신정 50%였다. 그러나 2월부터 지난 11일까지는 한신평이 0%였고 나머지 두곳도 20%로 전에 비해 격차가 줄었다. 즉 나머지 두곳도 한신평 수준으로 평가점수를 낮게 주기 시작했다는 의미.

올들어 2월초까지는 한신평만 ‘야박한’ 평가를 내리자 일부 대기업이 평가기관을 바꿨다. 삼성물산 대우정밀 한솔제지 등이 바로 그들.그러나 2월들어 무디스 S&P 등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의 국내영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기관투자가들이 보수적인 평가를 선호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져 점수를 낮게 주는 게 ‘유행’이 되고 있다.

평가를 받는 기업관계자는 “회사채를 발행해도 팔리기 어려운 마당에 신용등급까지 떨어져 자금조달 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기관 관계자는 “국내 평가기관이 투자적격 등급을 매긴 기업이 부도나는 비율이 5∼7%에 이르러 선진국 수준인 1∼2%에 비해 여전히 높다”며 “점수를 더 깎을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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