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701)

  • 입력 1998년 4월 20일 09시 28분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26〉

“아버지, 이분이 바로 제가 말씀드렸던 후세인씨랍니다.”

알리바바의 아들은 아버지에게 손님을 소개했다. 그러자 알리바바는 더없이 정중하게 인사를 한 뒤 말했다.

“아들한테서 당신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철없는 저의 아들에게 과분한 친절을 베풀어주셨다고요. 진작에 한번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 건데 이렇게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러자 상인으로 변장한 도적의 두목은 애써 점잖은 체하며 말했다.

“원 별 말씀을요. 오히려 제가 아드님한테 도움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드님이 어찌나 예의 바르고 친절한지, 함께 있으면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답니다.”

상대의 그 점잖은 태도와 말씨에 알리바바는 더없이 흐뭇해하며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 아들에 대하여 그런 과분한 말씀을 해주시니 차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무쪼록 저희 집에 들어오셔서 휴식하시고 함께 저녁 식사라도 하고 가십시오.”

그러자 상대는 짐짓 체면을 차리며 말했다.

“초면에 그런 신세를 끼치다니요. 그건 안될 말씀입니다.”

“신세를 끼치다니요?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베풀어주신 호의에는 도저히 보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집 빵과 소금을 받아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알리바바의 이 정중한 초대의 말에 도적의 두목은 말했다.

“당신의 환대는 정말 고맙습니다만, 그러나 저는 오래 전부터 소금으로 간을 한 음식에는 절대 손을 대지 않겠다고 맹세한 몸입니다. 그러니 어찌 그것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알리바바는 웃으며 말했다.

“그런 문제라면 아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제가 부엌에 특별히 당부하여 일절 소금을 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알리바바는 손님의 손을 잡아 끌다시피 하여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런 다음 그는 즉시 마르자나에게로 가 요리에 절대 소금을 넣지 않도록 당부했다.

마르자나는 손님이 소금으로 간을 한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눈치빠른 그녀는 뭔가 석연찮은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그 별난 취향을 가진 손님이 대체 어떤 사람일까 하는 호기심을 걷잡을 수가 없었다.

식사 준비가 갖추어지자 그녀는 노예 압둘라와 함께 직접 쟁반을 들고 거실로 들어갔다. 거실로 들어간 그녀는 마음 속으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눈썰미 있는 그녀는 상인으로 변장한 손님의 정체를 금방 간파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자세히 보니 손님은 소매 밑에 날카로운 단도를 감추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 속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그렇구나! 이 악당놈이 소금을 먹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구나! 불구대천의 원수인 우리 주인님을 죽이려는 일념에 이놈은 소금을 먹지 않겠다고 한 것이었구나! 그렇지만 잘 안될 걸. 내가 선수를 치고 말테니까.”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알리바바는 손님에게 음식을 권하는 등 더없는 친절을 베풀며 함께 식사를 하고 있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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