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92)

  • 입력 1998년 4월 9일 19시 54분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17〉

“아니, 그렇다면 노인장께서는 정말 여섯 토막 난 시체를 꿰매 하나로 이은 적이 있단 말인가요? 어찌 그런 일이 다 있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로군요.”

수도승으로 변장한 도적은 잔뜩 호기심을 나타내며 말했다. 그러자 구두 수선공 노인은 말했다.

“믿든지 말든지 그건 마음대로 하세요. 그렇지만 오늘 아침에는 내 혀가 굳어서 잘 움직여주지를 않는군.”

이렇게 말한 노인은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러자 수도승은 노인의 손에 금화 한 닢을 쥐어주며 말했다.

“나는 세상의 진기한 이야기를 듣기 좋아하는 외국인입니다.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당신이 꿰맸다는 시체가 있었던 집이 어디인지 가르쳐줄 수 없겠습니까?”

그러자 노인은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는 걸 어떻게 가르쳐줄 수 있겠소. 마법사 같은 낯선 처녀 하나가 와서는 나에게 눈가리개를 씌운 채 데리고 갔으니까요. 그렇지만 다시 한번 눈가리개를 해준다면 그 집을 찾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요. 왜냐 하면 그때 그 처녀에게 이끌려 가면서도 나는 도중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더듬으면서 갔으니까요. 내 손에 만져졌던 것들을 더듬으면서 가보면 그 집을 다시 찾을 수도 있을 거요.”

이 말을 들은 수도승은 한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하기라도 한듯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오, 정말이지 영감님은 영특한 분이로군요. 눈가리개를 해드릴 테니, 지하실에서 그런 이상한 일이 있었던 집을 찾아주십시오. 그런 기이한 이야기라면 연대기에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을 테니까요.”

연대기에 기록될 만한 이야기라는 말에 무스타파 노인은 우쭐해져서 말했다.

“좋소이다. 그럼 내 기억을 한번 더듬어볼 터이니 내 눈에 눈가리개나 씌워주시오.”

그리하여 수도승은 노인에게 눈가리개를 씌워주고는, 그의 손을 이끌고 길로 나섰다. 노인은 봉사처럼 두 손으로 길가의 벽이며 나무들을 더듬으며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수도승으로 변장한 도적은 혹시 노인이 그 집을 찾아내지 못하면 어쩌나 싶어 마음을 졸이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

한참 동안 좌우로 길모퉁이를 돌며 가고 있던 노인은 마침내 알리바바의 집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여기가 틀림없어. 이 집에서 나는 당나귀 똥냄새와 여기 박혀 있는 말뚝을 보면 알 수 있어. 지난 번에 왔을 때도 이 집 앞에서는 똑같은 당나귀 똥냄새가 났을 뿐만 아니라, 나는 이 말뚝에 발이 걸려 넘어졌었거든.”

이 말을 들은 도적은 구두 수선공의 눈에서 눈가리개를 떼어내기 전에 우선 백묵을 꺼내어 들고 그집 문간에다 표시를 했다. 그런 다음 그는 노인의 눈에서 눈가리개를 벗겨주고 금화 한 닢을 쥐어주었다. 그리고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노인을 돌려보냈다. 노인을 돌려보낸 뒤에는 두목에게 알리기 위하여 서둘러 숲으로 갔다. 그러나 그 길이야말로 죽음의 길이 되리라는 것은 그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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