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컴퓨터가 대출 심사…「프로그래밍 론」속속 도입

  • 입력 1998년 4월 8일 19시 47분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컴퓨터가 대출여부와 금액을 결정하게 된다.

국내 금융기관들이 프로그램밍 론(Programming Loan)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프로그래밍 론은 고객의 급여 재산상태 등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고객의 신용정보를 토대로 대출여부와 한도를 컴퓨터가 결정하는 것으로 미국 영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제도. 이 제도가 정착되면 담보나 보증인을 요구하는 관행이 없어지고 대출에 은행원들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도 적어진다.

국내에서는 보람은행이 지난해부터 가동중이며 신한은행은 27일부터 가동한다. 하나은행 등도 시스템 마련을 위해 고객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나섰다.

▼입력 정보들〓고객이 제출하는 직장명 근속연수 급여 재산상태 등이 1차정보로 입력된다.

신용카드연합회 은행연합회 한국신용정보 등이 구축하고 있는 연체 및 불량정보 자료가 2차정보. 여기엔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2천만원 이상 대출, 은행대출 신용카드 백화점카드 할부금 등의 연체내용이 모두 포함된다.

▼컴퓨터의 판단〓보람은행의 경우 직장은 공무원 금융기관 전문기관 등으로 크게 나누고 전문직 사무직 기능직 등 직급분류를 거쳐 1백여가지로 등급을 매겨두었다.

입력된 자료는 종합적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젊은 나이에 연봉이 많은 사람이 대출을 신청한 경우 컴퓨터는 ‘다른 사항을 더 체크해보라’는 메시지를 낸다. 직장이 화의를 신청한 경우에도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낸다.

▼회색지대〓판단자료가 부족해 컴퓨터가 결정을 못하는 고객도 있다. ‘회색(灰色)지대’에 속한 사람들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대출신청자의 40%가 여기에 속한다. 미국의 경우 5% 이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수치. 이런 고객에 대해서는 신한은행의 경우 본점의 더 정교한 프로그램으로, 보람은행의 경우 경험많은 심사담당 직원 손으로 넘긴다. 미국에서 완벽한 프로그래밍 론을 시행하고 있는 시티은행의 컴퓨터도 한국에서는 대출한도는 계산하지 못하고 대출 가부(可否)만 결정한다.

▼과제와 걸림돌〓가장 중요한 신용정보인 세금연체내용은 국세청말고는 활용할 수 없는 상황. 또 각 기관이 제공하는 신용정보도 연체 및 불량거래내용 등 대출을 기피하도록 하는 소극적인 정보만 있을 뿐 우량거래내용 등 대출을 장려할 만한 적극적인 정보가 없다.

예금자 비밀보호에 집착해 신용사회의 인프라를 갖추는 데는 소홀했던 것. 금융계에서는 “신용대출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예금자 정보를 악용하지 못하게 장치를 갖춘 뒤 정보유통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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