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들이 프로그램밍 론(Programming Loan)시스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프로그래밍 론은 고객의 급여 재산상태 등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고객의 신용정보를 토대로 대출여부와 한도를 컴퓨터가 결정하는 것으로 미국 영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제도. 이 제도가 정착되면 담보나 보증인을 요구하는 관행이 없어지고 대출에 은행원들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도 적어진다.
국내에서는 보람은행이 지난해부터 가동중이며 신한은행은 27일부터 가동한다. 하나은행 등도 시스템 마련을 위해 고객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나섰다.
▼입력 정보들〓고객이 제출하는 직장명 근속연수 급여 재산상태 등이 1차정보로 입력된다.
신용카드연합회 은행연합회 한국신용정보 등이 구축하고 있는 연체 및 불량정보 자료가 2차정보. 여기엔 다른 금융기관으로부터 2천만원 이상 대출, 은행대출 신용카드 백화점카드 할부금 등의 연체내용이 모두 포함된다.
▼컴퓨터의 판단〓보람은행의 경우 직장은 공무원 금융기관 전문기관 등으로 크게 나누고 전문직 사무직 기능직 등 직급분류를 거쳐 1백여가지로 등급을 매겨두었다.
입력된 자료는 종합적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젊은 나이에 연봉이 많은 사람이 대출을 신청한 경우 컴퓨터는 ‘다른 사항을 더 체크해보라’는 메시지를 낸다. 직장이 화의를 신청한 경우에도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낸다.
▼회색지대〓판단자료가 부족해 컴퓨터가 결정을 못하는 고객도 있다. ‘회색(灰色)지대’에 속한 사람들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대출신청자의 40%가 여기에 속한다. 미국의 경우 5% 이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수치. 이런 고객에 대해서는 신한은행의 경우 본점의 더 정교한 프로그램으로, 보람은행의 경우 경험많은 심사담당 직원 손으로 넘긴다. 미국에서 완벽한 프로그래밍 론을 시행하고 있는 시티은행의 컴퓨터도 한국에서는 대출한도는 계산하지 못하고 대출 가부(可否)만 결정한다.
▼과제와 걸림돌〓가장 중요한 신용정보인 세금연체내용은 국세청말고는 활용할 수 없는 상황. 또 각 기관이 제공하는 신용정보도 연체 및 불량거래내용 등 대출을 기피하도록 하는 소극적인 정보만 있을 뿐 우량거래내용 등 대출을 장려할 만한 적극적인 정보가 없다.
예금자 비밀보호에 집착해 신용사회의 인프라를 갖추는 데는 소홀했던 것. 금융계에서는 “신용대출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예금자 정보를 악용하지 못하게 장치를 갖춘 뒤 정보유통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용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