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ASEM 성공…지금부터 중요』후속대책 지시

  • 입력 1998년 4월 6일 19시 15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유럽의 고위급 투자사절단 파견 등 영국에서 가지고 온 낭보로 청와대가 들뜬 분위기다. “역시 김대통령”이라는 찬탄 속에 후속조치 마련을 위한 각종 회의로 분주하다.

6일 오전 국무위원 조찬과 국무회의에서 한 국무위원은 “대통령님께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압도했습니다. 실무자들조차 이렇게 자랑스러운 회의는 없었다고 경탄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다른 국무위원도 “뉴욕 로드쇼 행사장에 ASEM에 참석한 대통령의 기사가 실린 영국의 유력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뿌려져 로드쇼가 무사히 끝났습니다”고 보고했다.

오히려 김대통령은 5일 귀국기자회견 때에 비해 훨씬 냉정한 자세였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께서 국내문제를 잘 처리하시어 안심하고 외국에 나가 공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훈련도중 군인들이 숨진 소식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대통령은 이어 “영국에서 내가 만난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평가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좋았으나 이들은 아직도 ‘노동자들이 또 들고 일어나지 않을까’ ‘정치불안으로 제대로 개혁이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투자사절단을 파견하는 것과 실제로 투자하는 것은 별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며 들뜬 분위기를 경계하면서 만반의 후속조치를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박정수(朴定洙)외교통상부장관에게는 ‘발로 뛰면서’ 각국 대사들을 만나 투자단을 빨리 보내도록 설득할 것을,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에게는 투자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투자사절단 수용태세를 잘 갖출 것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김대통령은 “현지 언론이 개인적으로는 나를 주목했으나 국가적으로는 중국이 빛났다”며 “역시 국력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개별정상회담이나 ASEM과 관련한 공식수행원들의 사전브리핑이 초점을 빗나가는 등 허둥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일부 수행원은 ‘김대통령의 심기’를 살피는데 주력하는 듯한 인상이었다. 결국 ASEM의 성과는 김대통령 혼자서 뛴 결과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편 6일 오후 강봉균(康奉均)청와대정책기획수석 주재로 실효성있는 외국투자 지원창구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차관회의가 열리는 등 앞으로 후속조치를 위한 실무회의가 잇따라 열리게 돼 있다. ASEM에서 거둔 외교적 성과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실무진의 보다 차분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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