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88)

  • 입력 1998년 4월 6일 08시 34분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13〉

집에 도착한 알리바바는 당나귀에 실은 짐을 내리는 것을 거들게 하려고 노예처녀 마르자나를 불렀다. 마르자나는 알리바바 내외가 어릴 때부터 맡아서 친자식처럼 길러온 처녀였다. 그 처녀는 양어머니를 거들면서 알리바바의 집에서 살았는데, 인상이 좋고 마음씨가 고우며, 솜씨가 빼어나고 영리해서 어떤 어려운 문제나 곤란한 일이 있어도 잘 해결하는 재주가 있었다. 마르자나는 집에서 나오자 양아버지의 손에 입맞추었다. 그러한 그녀에게 알리바바는 말했다.

“얘, 마르자나야, 오늘이야말로 나를 위하여 너의 그 영리함과 현명함을 발휘하여주기 바란다.”

이렇게 말한 알리바바는 형이 비명횡사했다는 사실을 모두 털어놓았다.

“지금 형님의 시체는 여섯 토막이 난 채 저 당나귀 등에 실려 있다. 나는 집으로 들어가 불쌍한 형수에게 슬픈 소식을 전하고 형수를 위로해주어야겠으니, 그 동안에 너는 아무도 진상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형님이 마치 자연사한 것처럼 매장하는 방법을 생각하여 나에게 가르쳐다오.”

듣고 있던 처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래서 알리바바는 이 처녀에게 대책을 생각하게 맡겨두고 자기 자신은 카심의 아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서는 알리바바를 보자 그 표정만으로 이미 사태를 짐작한 카심의 아내는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러한 그녀에게 알리바바는 말했다.

“형수님, 제발 정신을 차리고 제 말을 잘 들어보세요. 만약 형수님이 이성을 잃어버리고 그렇게 울기만 하신다면 저의 내외한테는 말할 것도 없고 형수님 자신한테도 위험을 불러들일 수 있어요.”

알리바바가 이렇게 말했을 때서야 카심의 아내는 겁먹은 얼굴로 울음을 멈추었다. 그러한 그녀에게 알리바바는 간략하게 사건의 전말을 들려주었다.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그러나 형수님의 장래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염려할 것이 없어요. 알라께서는 관대하게도 나에게 필요 이상으로 많은 재산을 주셨습니다. 형수님의 불행을 위로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알라께서 주신 내 재산과 형수님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하나로 합치고 형수님을 나의 두번째 아내로 맞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세 사람은 고인의 덕을 이야기하면서 모두 편안하게 살게 될 것입니다.”

알리바바로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일단 비밀의 누설을 막아야 했던 것이다. 이러한 남편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알리바바의 아내도 거들었다.

“그렇게 하세요, 형님. 과부가 된 형수님을 아내로 맞아 여생을 책임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도리예요.”

알리바바의 아내까지 이렇게 말하자 카심의 아내는 그 따뜻한 말에 감동을 받아 왈칵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

“나같이 못된 년을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다니, 정말이지 당신들 내외는 천사들이로군요.”

카심의 아내는 알리바바 내외의 친절함과 관대함을 마음 속 깊이 깨닫고, 알리바바의 둘째 아내가 될 것을 승낙했다. 그리고 그 여자는 실제로 그 축복받은 남자와 결혼한 뒤 올바른 여자가 되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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