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슬람성지순례 「하지」대형사고 『조마조마』

  • 입력 1998년 4월 5일 19시 26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치안비상 상황을 선포했다. 이슬람교도의 연례 성지순례인 ‘하지’가 7일부터 시작되면서 올해도 예루살렘과 함께 이슬람의 3대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와 메디나를 찾기 위해 이미 2백만명 이상의 순례자들이 입국해 있기 때문이다.워낙 엄청난 인파가 몰리기 때문에 대형사고 가능성이 커 안전문제가 사우디의 두통거리. 게다가 순례자로 입국한 뒤 부자나라 사우디에 주저앉는 외국인도 많다. 사우디경찰은 이미 지난달부터 메카 및 메디나와 다른 도시를 연결하는 길목에 검문소를 설치, 불법 체류자를 색출하고 있지만 매년 그랬듯이 수천명이 경찰망을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불법체류보다 더 큰 문제는 화재나 압사 등 대형사고. 지난 해에도 메카의 텐트촌에서 불이 나 3백43명이 사망했다. 90년에는 1천4백26명이 순례지의 좁은 터널속에서 뒤엉킨 채 숨졌고 94년에도 같은 사고로 2백70명이 죽었다.사우디당국은 사고를 막기 위해 △가스난로 취사금지 △방화텐트 설치 등의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순례객 수가 워낙 많아 통제가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는 아랍국가 사이에 정치적 갈등을 낳기도 한다. 87년에는 이란의 반미(反美) 순례자들이 사우디경찰과 충돌해 양측에서 6백75명이 사망했다.

수십만명의 남녀 순례자들은 지난 주 메카에 있는 카바(석조신전)를 돌며 ‘하지’의 시작을 선포했으며 7일부터는 80만 마리의 양과 낙타를 알라신에게 제물로 바치는 등의 거창한 종교의식이 시작된다.

〈정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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