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686)

  • 입력 1998년 4월 4일 07시 30분


제11화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11〉

어차피 죽을 몸이라는 생각을 하자 카심은 저돌적인 용기가 생겼다. 바위 문이 열리자 동굴 속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는 밖을 향하여 돌진했다. 너무나 맹렬히, 또 아무런 분별도 없이 뛰쳐나갔기 때문에 그는 도둑의 두목과 세차게 부딪치면서 땅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흡사 산짐승처럼 돌격해오는 카심을 보고 두목도 깜짝 놀랐다. 그렇지만 두목은 원체 날쌘 사람이었기 때문에 땅바닥에 나뒹굴면서도 카심의 멱살을 움켜잡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카심의 아구통이며 배를 사정없이 쥐어박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서른아홉 명의 다른 도적들이 저마다 칼을 뽑아들고 우르르 달려와 난데없는 침입자의 몸을 닥치는 대로 난도질했다. 그리하여 카심은 눈 깜박할 사이에 팔과 다리와 머리와 몸체로 나뉘어지고 말았다. 그의 운명은 그것으로 끝이 나버린 것이었다.

도둑들은 저마다 칼을 닦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동굴 입구에는 카심이 옮겨다 놓은 돈 자루들이 쌓여 있었는데, 그걸 보자 도둑들은 말했다.

“금화를 훔쳐가려고 했었군. 순 도둑놈 같으니라고.”

그리고 동굴 안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없어진 것이 없나 조사해보았다. 그러나 눈에 띄게 없어진 것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지난번에 알리바바가 금화를 가져가긴 했지만 그건 그야말로 백사장에서 모래 한움큼을 집어간 것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들은 눈치도 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사십 인의 도적들은 동굴 안에 둘러앉아 이번 사건에 대하여 오랫동안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카심이 어떻게 그들의 비밀을 알아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카심을 죽여버렸기 때문에 그들은 아무것도 밝혀낼 수가 없었다.

긴 토론 끝에 두목은 마침내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자, 동지들, 별일 아닌 것 같으니 잊어버리도록 하자.”

그리고 그들은 카심이 동굴 입구로 옮겨다 놓은 돈 자루를 도로 들어다 본래 자리에 갖다 놓는가 하면, 그들이 가지고 온 새로운 노획물들을 쌓아두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여섯 토막이 난 카심의 시체를 동굴 안으로 옮겨 놓고, 카심이 몰고 왔던 열 마리의 당나귀들은 숲속으로 쫓아버렸다. 모든 것이 정리되자 그들은 다시 말을 타고 대상(隊商)을 약탈하러 떠났다. 그들은 이번 사건을 그야말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다.

한편, 카심의 아내는 금화를 잔뜩 실은 남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나 저제나 하고 남편을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리곤 했다.

“그 머저리 같은 알리바바 놈이 금화를 좀 가지고 있긴 있는 모양인데,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남편이 돌아오기만 하면 나는 금화로 창고를 가득 채우고 말거야.”

이렇게 중얼거리는 그녀는 그러나 자신의 남편이 도적들을 만나 얼마나 처참한 꼴로 죽었는가 하는 것이나, 남편이 죽게 된 원인이 따지고 보면 자신에게 있다는 것, 그녀가 그 끈적끈적한 쇠기름을 말 밑바닥에 발라두는 잔꾀를 생각해낸 것이 마침내는 남편을 처참한 죽음으로 몰아넣게 되는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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