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궐선거 투개표 표정]후보들 『한표라도 더…』

  • 입력 1998년 4월 2일 20시 02분


모두 18개 동 58개 투표소에서 순조롭게 투표가 진행된 부산 서구에서는 오후 7시경 개표장인 경남중학교 체육관에 투표함이 속속 도착하면서 개표에 들어갔다.

개표 초반부터 10명의 입후보자 중 한나라당 정문화(鄭文和)후보와 무소속 곽정출(郭正出)후보가 다른 후보들을 앞서면서 각축전을 벌이자 양 후보측 관계자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개표진행상황을 지켜봤다.

이에 앞서 오전까지의 투표율이 15대 대선과 총선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자 선관위와 구청측은 방송차량 28대를 동원, 하루종일 거리를 돌며 투표참여를 호소했다. 그러나 오후 3시까지의 투표율이 36.1%에 그쳤고 투표소마다 줄 지어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당초 2만여표를 당선가능선으로 전망했던 선거 관계자들은 1만5천∼1만7천표선으로 낮춰잡기도 했다.

동별 투표율은 각 후보측이 집중적으로 선거운동을 벌였던 서대신3,4동 아미1,2동 등 고지대지역이 저지대지역보다 평균 5% 가량 높아 ‘고고저저(高高低低)’현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투표율이 높을수록 판세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던 한나라당 정문화후보측과 국민신당 이종혁(李鍾赫)후보측은 공조직을 풀가동해 지지자들의 투표참여를 적극 독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율이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자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반면 1만여명의 회원을 갖고 있는 호남향우회를 지지기반으로 하는 국민회의 정오규(鄭吾奎)후보측과 탄탄한 지역기반을 토대로 고정표가 많은 무소속 곽정출후보측은 투표율이 낮을수록 유리하다고 판단한 탓인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 대구-달성 ▼

국민회의 엄삼탁(嚴三鐸)후보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후보는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지구당사에서 TV 자막으로 계속 나오는 개표상황을 초조하게 지켜봤다.

이에 앞서 엄후보는 부인 정용자(鄭鏞子)씨와 함께 현풍여중고에서, 박후보는 달성중학교에서 투표를 마쳤다.

네 곳의 재 보궐선거 지역 중 가장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이곳은 투표 당일까지도 ‘보이지 않는’ 선거운동을 계속 벌이는 등 개표 순간까지 뜨거운 분위기였다.

두 후보는 하루종일 53개 투표소를 돌면서 투표참관인들을 격려하는 한편 투표하러 나온 유권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등 막바지 표심을 붙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양 후보진영은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비공식적으로 집계한 지지율 격차가 소수점 이하로 나타나자 수시로 비상회의를 소집, 대책을 논의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두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민회의 유재건(柳在乾)의원과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의원은 이날 온종일 지구당사에 머물며 투표상황을 시간단위로 챙겼다.

이날 국민회의 당사에는 한나라당 최형우(崔炯佑)의원의 친동생으로 대선 직전 국민회의에 입당했던 최형호(崔炯昊)라이프산악회장이 방문, 눈길을 끌었다.

한편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은 박빙의 상황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기존 조직을 풀가동해 우세지역에서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15대 총선에서 63.9%, 지난해 대선에서는 78.6%의 투표율을 보였던 이곳은 오후 3시 현재 전체 유권자 9만4천6백5명 중 4만5천5백14명이 투표, 48.1%의 투표율을 보였다.

▼ 문경-예천 ▼

예천출신인 자민련 신국환(辛國煥)후보와 문경출신인 한나라당 신영국(申榮國)후보는 오후 7시경부터 시작된 개표에서 지역에 따라 득표율에 차이를 보이자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앞서 각 후보 진영은 이날 아침부터 지지기반을 중심으로 ‘투표율 높이기’에 총력전을 폈다. 각 후보측은 시간대별로 발표되는 투표율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읍면동별로 선거운동원 전원을 내보내고 투표 독려활동에 나섰다. 또 각 진영은 수십대의 승합차 등을 동원, ‘유권자 실어나르기’에 주력했다.

신국환후보는 예천이 문경에 비해 표의 ‘응집력’이 크다는 점을 중시, 예천에 치중했고 신영국후보는 출신지가 같은 무소속의 이상원(李相原)후보 때문에 문경표가 분산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될 사람을 밀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투표율이 전반적으로 예천이 문경보다 높게 나타나자 한나라당측은 초조감을 내보이며 문경지역 지역협의회장들에게 긴급전화를 걸어 투표독려에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문경―예천 보궐선거는 자민련과 한나라당의 두 신후보가 불과 1천∼2천여표 차이로 당락이 판가름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양 후보진영의 정보전도 치열했다. 양측은 투표소마다 운동원을 보내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유권자들을 상대로 분위기를 파악한 뒤 지구당에 동향보고를 올렸으며 모방송이 출구조사를 실시한다는 정보에 따라 조사결과를 파악하기 위해 비상채널을 가동하기도 했다.

▼ 경북 의성 ▼

세 후보는 이날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지구당사무실에서 개표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으며 각 후보측 운동원들은 투표함 하나하나의 결과가 전달될 때마다 희비가 교차했다.

각 후보진영은 혈전을 치른 탓인지 지친 표정이 역력했으며 개표결과가 예상과 다소 다르게 나올 때는 의아해 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후보는 부인 김현동씨와 함께 의성읍 남부초등학교 투표소에서 한표를 행사한 뒤 “최선을 다해 마음이 홀가분하다”며 “결과에 기꺼이 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성여자중학교 투표소에서 부인 김영옥씨와 함께 제일 먼저 투표를 끝낸 자민련 김상윤(金相允)후보도 선거사무실을 방문, “열심히 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운동원들을 격려했다. 국민신당 신진욱(申鎭旭)후보는 투표를 하기 위해 오전 9시반경 봉양면 문흥1리 마을회관에 도착했으나 신분증을 지참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되돌아가 낮 12시경 부인 장경옥씨와 뒤늦게 투표했다.

〈부산·대구·문경·의성〓정용균·김정훈·이철희·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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