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시대 ②]美 성과급모델 적합한가?

  • 입력 1998년 4월 2일 19시 28분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고 하라.’

효율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국산 ‘글로벌 스탠더드’를 어느 나라에나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인가.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 압력을 받는 나라들은 불만스럽기도 하다.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김동재(金棟哉)교수는 “우리의 역사적 특성을 무시한 채 경제시스템과 행동양식을 미국식 표준에 맞춰 일시에 바꿔놓을 경우 경제 문화적 측면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용제도가 좋은 예. 삼성경제연구소 공선표(孔善杓)수석연구원은 “성과주의에 기반한 미국식 연봉제를 그대로 도입할 경우 위계질서가 깨져 조직기반이 흔들리는 등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평생직장’보다는 ‘평생직업’에 바탕을 둔 노동시장이 잘 발달돼 있지 못하고 고용보험이나 재취업교육이 활성화하지 못한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식만 끝까지 고집하다가는 세계의 외톨이로 남게 되리라는 것이 예정된 수순.

결론은 ‘국제사회에 통용되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의 정착’.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연봉제의 경우 급여에서만 역전(逆轉)이 일어날 수 있게 하고 직급은 그대로 두는 식으로 부분도입하자는 대안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항상 좋으냐’하는 것. 우리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따라 경제주권이 크게 위축된 상태에서 마구 들여놓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훗날 우리 경제에 잘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면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가 있다.

이와 관련해 경로의존성(經路依存性·Path Dependence)이론을 참고해 볼 만하다. 같은 자본주의 체제라도 역사적 경험에 따라 성격이나 제도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이 바로 경로의존성의 차이라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 즉 한 나라의 제도는 그 나라의 역사 관습 전통에 의해 규정된다는 지적이다.

〈윤경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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