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씨 대표사퇴 스케치]金대통령『수고했다』 위로없어

  • 입력 1997년 7월 2일 07시 53분


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가 물러나고 李萬燮(이만섭)고문이 대표서리에 임명된 1일 당내 기류는 몹시 미묘했다. 이전대표 진영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반(反) 이전대표」 진영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였다.

○…이전대표는 이날 청와대 주례보고를 마치고 당사에 도착해 사무처 직원들은 물론, 당사를 경비하는 전경들에게도 『그동안 수고했다』며 일일이 손을 잡고 미소띤 얼굴로 작별인사를 나눴다. 이전대표가 작별인사를 하는 동안 河舜鳳(하순봉)비서실장과 申榮均(신영균) 安商守(안상수) 洪準杓(홍준표) 林鎭出(임진출)의원 등 특보단 전원이 이전대표를 수행했다. 朴鍾雄(박종웅)기조위원장 李允盛(이윤성)대변인 등 일부 당직자도 이전대표가 당사를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 주례보고 분위기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이전대표에게 『수고했다』는 위로의 인사말도 건네지 않는 등 냉랭했다는 후문이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 『대표가 엄정 중립을 지켜달라고 김대통령에게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안다』면서 『사태가 묘하게 돌아가는 듯한 낌새를 감지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전대표는 먼저 전화를 걸어 이대변인에게 주례보고 내용을 알려주던 관례와 달리 이대변인의 전화를 받고서야 『대표직을 사퇴했다. 오늘은 더 이상 알려줄 내용이 없다』고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고문은 이날 오후 4시반까지도 『총장대행체제로 가는 것 아니냐』며 자신의 대표서리 지명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청와대측의 통보를 받고서야 『그게 정말이냐』며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

이고문의 측근은 이고문이 국회의장 재직 당시 날치기처리를 반대해 김대통령과 다소 「불편한 관계」라는 이유를 들어 『내가 대표서리에 지명될 리 없다』며 전혀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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