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청천]「파출소 안내판」일괄부착 지시에 반발

  • 입력 1997년 7월 2일 07시 53분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김모파출소장은 파출소 입구에 설치된 「파출소 안내판」만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 지난달 1백8만1천원을 주고 달았지만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달에 2백만원도 안되는 파출소 운영경비에서 설치비용을 부담했으니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라는 생각까지 든다. 김소장이 간판업자 친구에게 알아보니 이 안내판은 80만원이면 충분히 달 수 있었다. 「88만원에 시공할 수 있다」는 H업체의 견적서도 받아뒀으나 「광고물협동조합에 의뢰해 한꺼번에 단다」는 경찰서의 통보에 말도 꺼내지 못했다. 조달청이 단가를 산정해 광고물협동조합에 일괄 의뢰, 공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는 나중에 들었다. 이 안내판은 올해초 경찰청이 전국 3천3백여개 파출소 검문소 등에 일괄적으로 부착토록 지시한 것. 지난해말 파출소 피습과 권총탈취 등의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치안관서의 위신이 추락한데다 파출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여론 때문이었다. 이 안내판은 가로 60㎝ 세로 1백25㎝ 두께 20㎝ 크기의 섬유소재판으로 맨 위에 파란 경광등이 부착돼 있으며 경찰관 모습과 「경찰」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POLICE」 등이 새겨져 있다. 수원남부경찰서의 경우 경무계가 13개 파출소 안내판을 한꺼번에 주문, 지난달말 공사를 마쳤다. 김소장은 『동료 파출소장들 사이에 「지금이 어느 때인데 파출소가 자체적으로 경비를 조달해 비싼 간판을 강제로 달게 하느냐」는 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박종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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