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책세상]「몸손질,가십,언어의 진화」

  • 입력 1997년 3월 13일 08시 18분


[유윤종기자] 『인간이 언어를 만든 이유는 유인원들처럼 서로 털을 손질해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 언어의 기원에 대한 이색 주장을 담은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http://www.amazon.com)과 뉴욕 타임스 북리뷰에 소개된 로빈 던바의 신간 「몸손질, 가십, 언어의 진화」. 이는 지금까지 인류학자들이 수렵 농사 등 생산활동을 위한 필요에서 언어의 기원을 찾았던 데서 탈피, 집단을 유지하기 위한 「잡담」, 즉 가십에서 이를 찾고 있다. 던바는 침팬지나 고릴라가 서로의 털을 쓰다듬고 이를 잡아주는 「몸손질」행동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행동은 위생상의 필요에서 시작됐다기 보다는 접촉에서 오는 안락감 등 일종의 최면효과를 통해 집단의 친밀성을 유지시켜주는 기능에서 비롯됐다는 것. 그러나 영장류 집단의 크기가 커지면서 몸손질을 통해 집단의 친밀감을 유지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원시단계의 인간은 성대를 사용해 의사전달을 하는 방법을 창안해 냈고 이것이 오늘날의 언어로 이어졌다는 것이 던바의 설명이다. 「언어」라는 새 친밀감 표시 방법은 동시에 여러 사람과 할 수 있으며 요리 등 다른 작업과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원시인이 몸손질 대신 만들어낸 언어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을까. 최초의 언어는 집단의 친밀감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므로 대부분 집단속의 「남 얘기」를 담고 있었다고 던바는 설명한다. 이런 기능은 지금도 이어져 오늘날에도 사람들이 대화에 담는 내용의 대부분은 결국 남들 이야기, 즉 가십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던바는 여러 영장류 집단의 크기에도 주목하고 있다. 사고작용에 관계하는 대뇌 신피질(新皮質)의 크기는 그 종(種)이 이루는 집단의 크기와 비례한다는 것.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에게 가장 적합한 집단크기는 1백50명 정도이다. 현대인 한사람이 면식을 트고 지내는 사람의 수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던바의 주장이다. 하버드대 출판부 펴냄. 로빈 덤바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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