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대표 발탁이유]『난국 정면돌파』의표찌른 카드

  • 입력 1997년 3월 13일 08시 18분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李會昌(이회창)고문을 신한국당의 새 대표로 지명한 것은 그야말로 의표(意表)를 찌른 선택이다. 「이회창카드」를 의표를 찌른 선택으로 볼만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이고문은 그동안 당대표후보로 정계 관측통들사이에서 물망에 거의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게 대표직을 맡길 경우 대선주자 결정문제까지 사실상 끝난다는 해석이 당안팎의 상식적인 견해였다. 실제로 李洪九(이홍구)대표도 얼마전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회창고문이 대표직을 맡을 경우 게임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통령이 이고문을 선택했다는 것은 여러가지 정치적 의미를 함축한다. 우선 현재 정국상황이 다각도로 좌고우면(左顧右眄)을 하기에는 너무 심각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청와대와 신한국당내에서는 「실세형」이냐 「관리형」이냐, 어떤 계파냐 등을 둘러싸고 연일 설왕설래가 계속됐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이 한가로워 보일만큼 상황은 갈수록 가파르게 진행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김대통령은 金賢哲(김현철)씨 문제 등 난제가 산적한 마당에 다른 어떤 이유보다 여권의 정치적 역량을 최대한 극대화시키는 것이 절박한 과제라고 판단한 듯하다. 다른 대선주자들의 반발 등 부작용이 있다해도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한 당력(黨力)을 확보하려면 정면돌파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같은 선택에 이고문에게 실려있는 여론의 지지도가 감안됐음은 물론이다. 또한가지 관심을 둘만한 대목은 이고문의 최근 정치적 행보다. 이고문은 스스로 현철씨 문제에 대해 강하게 적극적 대처를 주장하는가 하면 당안팎에서는 김대통령과 정치적 행로를 달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던 상황이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김대통령이 일단 여권의 파국을 막기 위해 이고문의 발목을 잡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고문이 결과적으로 김대통령이 겨냥하는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선택이 될지는 미지수다. 특장(特長)이 강한만큼 당안팎에서 불어닥칠 역풍(逆風)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고문이 지닌 독특한 정치적 이미지와 성향이 현재 곤경에 몰려있는 김대통령에게 반드시 구원의 손길이 될지도 확실치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고문의 강성 드라이브가 여권의 분열을 가속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또 현재 당내에 즐비한 대선주자들이 어떤 반응과 행보를 보일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이회창대세론」을 받아들이는 주자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반드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崔炯佑(최형우)고문의 와병으로 우왕좌왕하는 민주계의 대응이 주목되는 대목이다. 아무튼 김대통령으로서는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막바로 정면돌파의 주사위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 당대표 선임을 정국의 물꼬를 바꿀 수 있는 「깜짝카드」로 활용하겠다는의도가 뜻대로 이루어질지도 불분명하다. 앞으로 김대통령이 공언한 신한국당의 대선후보 완전경선도 어떻게 귀착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또 이고문으로서도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이제부터 재정립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정국은 바야흐로 불가측의 혼미 속으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임채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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