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연세대 의대 김흥재-대원씨 부자

  • 입력 1997년 3월 12일 08시 04분


[이인철기자] 연세대의대에서 해부기사로 20년간 일하다 지난 2월말 정년퇴임한 김흥재씨(60)는 요즘도 학교에 나가 아들 대원씨(25)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지난 1월 아들이 뒤를 잇겠다고 나섰기 때문. 2대 해부기사가 된 셈이다. 해부기사란 의대생들이 해부실습을 위해 시신을 준비하고 실습이 끝나면 뒤처리를 해주는 사람. 남들이야 뭐라 하든 김씨 부자는 의사를 길러내는데 일조하는 일이라고 자부한다. 아버지 김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지난 74년. 교수와 학생들 어깨너머로 배우며 해부학을 독학, 84년에는 정식 자격증을 땄다. 그 과정에서 80년에는 수지표본법(인체의 일부를 투명아크릴로 진공포장하는 방법)을 처음 개발하기도 했다. 그동안 해부용시신이 없어 학생들이 실습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시신을 구하려고 구청 등을 찾아다닌 것도 부지기수. 시신기증을 호소하는 홍보활동도 수없이 펼쳤다. 그 덕분인지 요즘엔 시신기증자가 많이 늘었다. 김씨도 사후에 시신을 기증하기로 서약했다. 물론 시신기증자는 장기도 함께 기증한다. 시신기증을 약속한 사람이 사망했다는 연락이 오면 해부기사는 촌각을 다툰다. 그래서 그는 항상 허리춤에 호출기를 2대씩 차고 다녔다. 그에게 해부학교실의 「5분대기조」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그 때문. 『안구는 사망후 6∼8시간내에 수술을 해야 합니다. 내가 조금 늦어 수술이 실패하면 두 사람이 「새 빛」을 찾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식은 땀이 나지요』 아들 대원씨는 『아버지가 진지하게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뒤를 잇기로 결심했다』며 『아직은 처음이라 자다가 놀라 깨기도 하지만 의학발전의 한 기둥을 담당하고 있다는 긍지를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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