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카타르시스 라사 신명풀이」

  • 입력 1997년 3월 6일 08시 14분


[권기태기자] 차세대 영화예술은 어떤 새로운 미학에 뿌리를 두고 만들어져야 할까. 조교수는 이 미학의 청사진을 굽기 위해 엇비슷하면서도 다른 세가지 미학개념을 분석했다. 그리스 비극의 기본개념 「카타르시스」, 인도 시극의 핵심 「라사」, 우리 전통탈춤 속의 「신명풀이」가 그것이다. 이들은 주인공의 파란 많은 운명을 지켜보는 관객들의 심정상태를 가리키는 말들이나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 같고 다름을 파헤치기 위해 그리스의 「오이디푸스왕」, 인도의 「사쿤탈라」, 우리의 「봉산탈춤」을 예로 들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쿤탈라」는 임금과 사랑을 나눴으나 언약의 반지를 잃어버려 곤궁에 빠진 소녀 사쿤탈라의 여로를 다룬 것이다. 이들을 통해 볼때 카타르시스는 적대적 인물들이 승패를 겨뤄 파탄에 이를 때 터져나오는 감상, 라사는 우호적인 관계가 차질을 빚다가 조화롭게 해결될 때 생기는 기쁨이다. 신명풀이는 흥과 신명을 풀어내는 우리 전통극의 정서다. 조교수는 자신의 「생극론(生克論)」을 바탕으로 세가지 미학을 새로운 하나의 이상적인 미학으로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한다. 우리 문학을 중심으로 세계문학을 아우르려는 지은이의 거대한 구상의 하나로 쓰인 책이다. 지은이가 몰두하고 있는 미완의 개념인 「생극론」과 「신명풀이」가 정교화되면 이 저서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지은이는 서울대 국문과 교수. 30여년간 방대한 자료를 통해 한국문학사를 연구해 왔으며 동아시아 제삼 세계 등으로 연구를 확대해 왔다. 「세계문학사의 허실」 등의 저서를 통해 우리 시각의 세계문학사 구성에 힘쏟고 있는 국문학계의 독보적인 학자다. 조동일 지음(지식산업사·13,000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