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두 얼굴

동아일보 입력 1997-01-03 20:38수정 2009-09-2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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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무장간첩침투사건에 대해 사과했던 북한이 올해 신년사를 대신한 노동신문 등의 공동사설에서는 한국배제정책을 되풀이 강조, 남북간 대화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 사설은 경제문제해결, 金正日(김정일)체제구축 등을 올해의 과제로 제시하면서 통일문제는 유관국들과 협력해야 할 국제적 문제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일본 등 외국과의 관계개선은 추구해나가면서 한국은 고립시키겠다는 구태의연한 발상이다. 지난 연말 북한이 잠수함침투사건을 사과했을 때 본란은 그 사과가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어야 하며 또 이미 한 사과를 내부목적으로 악용할 경우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그럼에도 북한은 한국이 오히려 북측에 「뒤늦게 죄를 시인하고 사죄했다」는 해괴한 내부선전을 하면서 대외적으로 한국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철저한 두 얼굴로 스스로 신뢰할 수 없는 집단임을 내보이고 있는 그들의 기만적인 자세는 예상했었던 것이기는 하다. 지금으로서는 4자회담 설명회에 참석할 용의가 있다는 그들의 발표에도 적지않은 의문이 간다. 딴 속셈이 있는 게 분명하다. 연초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4자회담을 통해 결국은 남북대화가 성사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한국이 그 자리의 들러리가 되어서는 안된다. 북한은 한국을 대화에서 배제하고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꼬투리를 달고 전제조건을 내세울 가능성이 많다. 대북(對北)관계에서는 우방국들, 특히 韓美日(한미일) 3국의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3국은 북한이 진실하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회담에 나오도록 대북지원과 접촉의 범위 그리고 시기의 완급 등을 긴밀히 협의, 조절해가야 한다. 벌써 미국과 일본에서는 대북 쌀지원 등 원조문제가 거론되고 있지만 조급히 서둘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한미일 공조의 바탕과 기준이 될 우리의 대북 자세다. 북한의 사과 이후 우리 내부에는 남북한간에 무슨 새 길이나 열린 듯 기대심리가 부풀어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무턱대고 돕겠다고 나서면 오히려 북한의 교묘한 대남전략에 이용당할 수 있다. 궁지에 몰리면 항상 평화공세로 한국내의 감상적 정서를 자극해온 게 북한의 수법이었다. 간첩침투사건으로 묶였던 경수로사업 등의 일정들은 다시 추진하더라도 대북투자의 확대나 신규사업추진, 새로운 민간접촉 등은 신중히 고려한 후 결정해야 한다. 평양당국 스스로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대화의 장(場)에 나오도록 하는, 그러한 동인(動因)이 없는 대북접촉이나 지원은 낭비이기 십상이다. 지금 북한의 태도는 바뀐 것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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