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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View]옥스프링 “내가 야구를 왜 하냐고? 나의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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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View]옥스프링 “내가 야구를 왜 하냐고? 나의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스포츠동아입력 2013-06-24 07:00수정 2013-06-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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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가 올 시즌 객관적 전력을 넘어서는 호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대체 용병 크리스 옥스프링의 역투에 힘입은 바 크다. 문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옥스프링이 롯데의 보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 9가지 장면들

LG 팬들에겐 익숙한 그 이름 ‘옥춘이’의 귀환
관광비자 받아 미국서 시작한 야구 애착 강해
은행원 취직 후에도 사회인야구단서 공 던져

WBC 호주 대표 참가…송승준 도움으로 입단
시즌 초반 4경기 3패…한때 퇴출설까지 거론
가족들 오자 안정…‘5월의 선수’로 뽑히기도


#1 이야기는 얼핏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이 결합되면서 시작된다. 이야기의 방아쇠가 당겨진 포인트는 2013년 1월 29일 롯데의 사이판 전지훈련에서였다. 항공편에 문제가 발생해 사이판 캠프에 지각 합류한 롯데 새 외국인투수 스콧 리치몬드는 의욕에 넘쳤다. 그동안 못 보여준 것들을 한꺼번에 발휘해서 김시진 감독의 신임을 얻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시차적응도 채 안된 상태로 캠프에 도착한 리치몬드를 염려해 김 감독은 “며칠 쉬고, 적응되면 훈련을 시작하자”고 당부했지만 리치몬드는 ‘당장 할 수 있다’고 고집했다. 결국 김 감독이 졌고, 리치몬드는 롯데 투수들과 똑같이 수비훈련에 동참했다. 그러나 훈련를 시작한지 30분도 안돼 리치몬드는 땅볼을 잡으려다 무릎을 잡고 쓰러졌다. 왼쪽 무릎 연골 손상. 롯데는 리치몬드를 급거 미국 피닉스로 돌려보내 치료를 받게 했으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수술을 받기에 이르렀고, 시범경기 참가도 물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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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표면적으로는 리치몬드의 회복을 기다린다고 했지만, 롯데 프런트는 바빠졌다. 대체 용병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3월에 대체 용병을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어쩌다가 쓸 만한 후보자가 나타나면 다른 구단이 먼저 채갔다. 그러던 중 대만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이 사지에 몰렸던 롯데를 살렸다. 두 번째 우연, 롯데 송승준이 이문한 운영부장에게 걸어온 전화였다. 당시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합류해있던 송승준은 “호주전을 앞두고 전력분석을 봤는데, 옥스프링의 볼이 괜찮더라. 한 번 확인해볼 만하다”고 귀띔했다. 이에 롯데는 옥스프링의 최근 호주 시절 투구 동영상을 살펴봤고, 확신을 품기에 이르렀다. 송승준은 중간연락책을 맡아줬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뛰려는 옥스프링의 의지가 강했다. 3월 20일 계약이 발표됐다. 연봉 25만달러. 요즘 용병 계약으로는 드물게 중도 퇴출 시 잔여연봉을 주지 않는 ‘노 개런티’ 계약일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3 만약 리치몬드가 다치지 않았다면? 만약 송승준이 제3회 WBC 대표팀에 대체선수로 선발되지 못해 대만에 가지 않았다면? 만약 옥스프링이 야구를 그만뒀더라면? 이 모든 가정은 ‘롯데의 2013시즌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로 수렴된다. 옥스프링이 롯데에 온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대내외 반응은 싸늘했다. “5월까지 써보고 팀 성적이 괜찮으면 다시 센 용병으로 바꾸고, 안 되면 시즌을 포기할 것”이라는 냉소적 반응까지 나왔다. 36세의 팔꿈치 수술 경력을 지닌 ‘중고’ 용병, 롯데가 궁여지책으로 데려온 투수라는 평가가 일색이었다. 실제 3∼4월 옥스프링은 4차례 등판에서 3패만 떠안았다. 어김없이 퇴출설이 나왔다.

#4 반전의 계기는 가족이었다. 부인 멘디와 아들 캘린, 딸 아미티와 트리니티가 한국을 찾은 뒤 호주로 떠난 바로 다음날인 4월 25일 사직 SK전에서 옥스프링은 7이닝 무실점으로 첫 승을 신고했다. 안정감을 찾은 옥스프링은 5월 6경기에서 5승 41탈삼진을 기록했다. 5월 7일 광주 KIA전은 완봉승이었다. 6월 23일까지 옥스프링은 7승3패, 방어율 3.39(14경기 85이닝 32자책점 78탈삼진 33볼넷)를 거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출입기자단이 선정하는 ‘5월의 선수’로까지 뽑혔다. 롯데의 분위기도 반전돼 4강을 넘볼 수준까지 올라왔다.

#5 롯데에 오기 전 옥스프링은 호주에서 살았다. 은행원을 했다. LG 스카우트 시절 옥스프링을 뽑았던 KT 나도현 운영팀장은 “지난해 옥스프링에게서 전화가 왔다. ‘야구를 그만둘 생각이다. 은행에 취직해야 하는데 추천서를 써줄 수 있겠느냐?’는 부탁을 해왔다”고 회고했다. 옥스프링은 은행 창구직원으로 일했지만, 야구는 포기하지 않았다. 사회인야구단에서 뛰었다. 구대성과 같은 팀이었다. 월급은 500∼1000달러. 여기서 던진다면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알아봐줄 것이라는 기약 없는 희망을 안고서였다. 존 디블 호주대표팀 감독이 그런 사람이었다. 호주 WBC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되자 디블은 옥스프링의 참가를 권했다. 옥스프링은 바로 OK를 했다. 이 선택이 그의 운명을 바꿨다. 정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다.


#6
옥스프링의 야구인생은 우연이 필연처럼 작용해 지금까지 온 궤적이다. 꼬마 때, 재미로 했던 T볼이 그를 야구로 이끌었다. 유격수를 하다가 13세 때 투수로 전향했고, 18세 때 직업야구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23세 때 관광비자를 받아 무작정 친구들과 미국으로 갔다. 메이저리거의 꿈을 품고서. 시카고의 독립리그 야구단부터 시작했다. 그러다 공개 트라이 아웃을 거쳐 샌디에이고 마이너리그에 입단할 수 있었고, 매년 9월 로스터 확대 때 잠깐이지만 메이저리거로 승격되기도 했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다.

여기서 그의 인생항로를 바꾼 또 하나의 사건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었다. 호주대표로 출전한 4강전에서 옥스프링은 일본을 상대로 기막힌 투구(6.2이닝 5안타 무실점)를 했다. 이후 일본 구단들이 군침을 흘렸고, 결국 메이저리그의 꿈을 접고 2006년 한신 타이거즈로 갔다. 일본에 진출하자 한국 구단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됐고, 2007년 하리칼라의 대체 용병으로 LG에 입단할 수 있었다. 그해 80.2이닝을 던져 4승5패, 방어율 3.24를 기록해 LG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2008년 174이닝을 던져 10승10패, 방어율 3.93으로 LG 팬들로부터 ‘옥춘이’라는 애칭을 듣기에 이르렀다. LG는 옥스프링이 팔꿈치 수술 후 재활훈련을 할 때, 경기도 구리의 2군 시설에까지 불러줄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7 흥미로운 우연은 당시 LG가 눈독 들였던 투수는 옥스프링의 룸메이트인 그랜트 발포어(현 오클랜드 마무리)였다는 것이다. 밀워키 산하 트리플A 내슈빌에서 당시 옥스프링이 선발, 발포어가 마무리였다. 그러나 선발감이 절실했던 LG는 발포어에서 옥스프링으로 선회했고, 이 행운이 ‘옥춘이’와 한국의 인연을 만들었다.

#8 끝난 줄 알았던 야구인생을 연장시켜 준 롯데를 향한 고마움을 옥스프링은 굳이 감추려 들지 않는다. “5월은 내 야구인생을 통틀어서 최고의 한 달이었다. 그렇게 좋았던 기억은 처음이었다.” 그 5월이 오기까지 4월을 기다려준 롯데 구단과 적응에 도움을 준 동료들이 고맙다. “한국에서 정말 다시 야구하고 싶었는데 롯데와 타이밍이 맞았다. 내 계약을 도와준 송승준을 비롯해 이명우, 강영식, 조성환 등이 힘들 때마다 조언을 해줬다”고 밝혔다. 4월이 힘들었던 다른 이유는 한국야구의 수준 향상에 있었다. “2008년 뛸 때보다 전력이 평준화돼 있다. 팀마다 기복이 없어지고, 플레이가 견고해졌다.” 특히 옥스프링은 당시에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을 KIA 김진우와 SK 최정을 현재 최고의 투수와 타자로 꼽았다.

#9 옥스프링의 야구인생에서 가장 큰 봄날은 세 번 왔다. 첫 번째는 일본 한신 입단, 두 번째는 LG 입단이었다. 그리고 3번째는 정말 우연이 겹쳐서 가능했던 롯데 입단이다. 그 우연도 옥스프링의 포기하지 않았던 집념이 만들어낸 성과일 터. 옥스프링은 투수를 하고 나서 항상 첫 공을 던지기 전에 주문을 외운다. ‘왜 나는 야구를 하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답은 언제나 하나였다. “나의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옥춘이’ 옥스프링의 봄이 왔다.

김영준 기자 gatzbu@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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