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 살인범 오원춘-김점덕 무기징역… 유족들 분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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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끔찍해야 사형 선고 내리나요
吳 항소심서 사형→무기 감형… 金 ‘불우한 가정환경’ 참작

“얼마나 더 끔찍한 범죄가 벌어져야 사형 선고를 내리겠다는 건가요. 죽은 우리 누나만 불쌍하죠….”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법 형사법정 404호.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358조각으로 무참하게 훼손한 조선족 오원춘(42)에게 법원이 1심의 사형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순간 한 남성이 방청석에서 벌떡 일어섰다. 피해 여성의 남동생이었다. 멍하니 재판정을 바라보던 그는 아무 말도 못하고 법정을 나섰다.

동아일보 기자가 전화를 걸었을 때 그는 자포자기한 듯 힘없는 목소리였다. “공판 때마다 지켜봤는데 사형 선고가 내려지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누나가 떠난 뒤 부모님과 큰누나 등 가족 모두가 망가진 채로 비참하게 살고 있다”며 “국회 앞이나 정부중앙청사에 가서 1인 시위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라고 했다. 유가족은 오원춘이 죗값을 치르게 하기 위해 그동안 백방으로 뛰어 왔다. 그는 “판사가 우리 가족에게 ‘당신들은 할 만큼 했으니 이제 그만하라’는 뜻인 것 같았다”며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한아름 양(10)을 성폭행하려다 목 졸라 살해한 김점덕(45)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한 양의 아버지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점덕의 불우한 가정환경이 사형을 면한 이유라는데 내 딸은 그럼 죽을 이유가 있어서 죽었느냐. 우리 집도, 아름이도 가정환경이 그렇게 좋지 않다”며 울부짖었다. 그는 “20여 일 전 딸이 꿈에 나타났다”며 “꿈에서라도 오랜만에 본 얼굴인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스쳐갔다. (재판 결과를 미리 알았는지) 얼굴이 너무 어두웠다”고 말했다. “무기징역형은 종신형이 아니잖아요, 수형생활이 모범적이면 언제든 나올 수 있잖아요. 어떻게 김점덕 같은 사람에게…. 도저히 용서가 안 됩니다.”

흉악범의 손에 숨져간 꽃다운 영혼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 그들의 인권은 누가 지켜주고 억울함은 이제 누가 풀어줘야 하는 것일까.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통영=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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