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땜한 장판같이 바래어 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그것조차 끼워 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뿌듯이 주고 갑시다/기꺼이 삶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하략)”…
“나는 해가 뜨면 일어나서 아침을 만들고, 하루 종일 걷고, 아주 단순하고 육체적인 방법으로 피로해지는 것을 좋아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이것은 삶을 살아가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어쨌든 나는 이 방식을 예술로 만드는 법을 찾아냈다.” ―리처드 롱 ‘예술가들은 이렇게 말했다’ 중 일상이…
“자신의 분별력을 교사로 삼으라고. 행위를 대사에, 대사를 행위에 맞추게, 자연스러운 절도를 넘어서지 않겠다는 특별사항을 지키면서.”―셰익스피어 ‘햄릿’ 중 영국 극작가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 ‘햄릿’ 모두 너무나 유명하다. 너무 유명해서 막상 읽은 사람이 많지 않고, 자연히 그 의미…
“우리는 자신에게 일어난 사건에 영향받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해 자신이 하는 해석에 영향받는다.”―에픽테토스의 어록 중 예전에 한 팀장이 퇴사 면담을 하던 중 어렵게 말을 꺼냈다. “왜 저를 미워하셨어요?”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묻자 그는 이런저런 기억들을 꺼냈다. 그는 3년 전…
“큰 바람에 흔들려도 다시 싹을 틔운다.”―김탁환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중 ‘농(農)’은 ‘논밭을 갈아 농작물을 심고 가꾸는 일’을 뜻한다. 이 ‘농’은 필자의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단어다. 대학 시절엔 식물병원 미생물, 석사 과정에서는 독소를 내는 곰팡이, 박사 과정에서는 …
“당신과 나는 집 이외에도 각자의 기예를 지닌 사람이기에, 집의 기예를 추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두 가지 어려운 일을 동시에 좇기란 대체로 어려운 일이다. 보통은 파트너 중 한쪽이 집을 좇는 것으로 충분하다. 보통 이 사람은 여자다. 다른 한 사람은─보통 남자로─집이 꾸려지고 …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거야. 그 사람 살가죽을 입고,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 다니지 않는 이상.”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중 ‘앵무새 죽이기’에서 공감에 대해 아티쿠스가 그의 어린 딸 스카웃에게 건네는 조언은 내가 가장…
“오, 미친, 이 우스운, 알 수 없는 세상이여! 보라, 그녀가 얼마나 살고 싶어 하는지, 그녀가 얼마나 붙잡고 싶어 하는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단편 ‘밀물’ 중 주인공 케빈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열셋에 떠났던 고향을 찾는다. 마땅한 장소를 물색하던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을…
“내 꿈은 처음부터 오직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중략) 의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은 하나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 쓰는 것 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
“이제 ‘실수가 없는 상태’는 촉망받는 피아니스트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전제조건으로 여겨진다.”―조너선 비스 ‘하얗고 검은 어둠 속에서’ 중 스튜디오 녹음이 보편화되며 연주회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실수 없는 연주들로 이어붙인 음반에 대중의 귀가 맞춰졌기 때문이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의 …
“그들의 울음과 비명을 극화(劇化)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안다. 그러지 않으면 그들의 울음과 비명이 아닌, 극화 자체가 더 중요해질 테니까. (중략) 죽음의 얼굴 앞에서는 모든 사상과 이념이 그 의미를 잃는다. 누구도 미리 대비할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그런 영원의 세계가 열린다…
“글체, 빙신이제. 깨철이는 빙신이라.” 그녀들은 마치 서로 다짐하듯 그렇게 끝을 맺었는데 그 어조에는 어딘가 공범자끼리의 은근함이 있었다. (중략) 깨철이가 힘들여 일하지 않고도 하루 세 끼 밥과 누울 잠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 또한 절반 이상이 그런 아낙네들에 힘입은 것이리라. …
“인생이란 ‘나’에게서 시작되어 ‘우리’로 가는 긴 여정”―존 펜버티 ‘인생’ 중 이 책의 원제 ‘To Bee or Not to Bee’에서는 고뇌하는 햄릿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꿀통이 넘치도록 꿀을 채우려고 애쓰는 일벌 버즈의 날갯짓 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다. 일벌들의 일은 영…
“누가 밤 속에 이미지를 갖다 놓았는가? 꿈이다.” ―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중 밤은 얼굴조차 없는 부재의 시련이다. 우리는 빛에 매혹된 자, 빛에 길들여진 빛의 노예들이다. 오래 그런 연후에 어쩌다 밤을 맞게 되면 놀라 깨어난다. 밤을 두려워한다. 밤은 가시적인 모든 것이…
“같은 세상에 살면서 서로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은 생각의 차이 때문이다.” ―조세희, ‘칼날’ 중‘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연작 곳곳의 날카로운 문장들과 비교하면 ‘칼날’의 위 문장은 심심해 보일 수도 있다. 사람들 사이에는 생각의 차이가 존재하며, 그러므로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