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가가 된다. 우리가 쓰는 것에 대한 믿음을 결코 잃지 않은 채,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쓰면서. ―아고타 크리스토프, ‘문맹’ 중 언어와 사고는 유기적이다. 말하는 방식이 바뀌면 생각하는 방식은 자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스물한 살에 프랑스로 떠나 18년 동안 그곳에 살면서 느…
사랑하는 이여, 무엇을 위한 자유입니까? ―헬렌 니어링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중 20대 후반, 우연히 만난 책 한 권이 있다. 생태주의, 근본주의, 평화주의 경제학자이자 농부였던 스콧 니어링과 그의 반려자이자 수필가인 헬렌 니어링의 삶을 담은 책, 당시 내 협소한 경험…
사실은 하나지만 진실은 사람 수만큼이다. ―미우라 시온 ‘내가 이야기하기 시작한 그는’ 중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노견(老犬)인 나무와 산책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나무는 눈이 보이지 않아서 종종 마주 보고 걸었다. 그래서 한 손은 목줄을 잡고, 다른 손은 손바닥을 어정쩡하게 편 …
내 침묵은 나를 지켜 준 적이 없습니다. 당신의 침묵도 당신을 지켜 주지 않을 것입니다. ―오드리 로드 ‘시스터 아웃사이더’ 중 말하는 자가 옳은가? 침묵하는 자가 옳은가? 이 두 가지 명제 앞에서 나는 대개 전자를 택했다. 참기 싫은 욕망이 솟구쳤을 때도 있었고 내가 피해를 입을지…
“만약 내 꿈을 당신에게 말한다면 당신은 잊을 것이고 내가 꿈을 행동에 옮긴다면 당신은 기억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꿈이 될 것이다.” ―티베트 속담 뉴스를 통해 세상의 소식을 접한다. 인도의 심각한 코로나19 상황과 미국, 영국의 높은 백신 접종률과 …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다른 모습이다.”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중 가정폭력 전담 검사의 주된 업무는 사건 당사자들과 직접 면담하는 것이다. 폭력이 일어나게 된 경위, 지금의 심정, 부부의 경우 혼인 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있는지도 물어본다. …
내 청춘의 찬란함을 믿는다.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을 내 청춘의 찬란함을 믿는다. 가장 뜨겁고 아름다운 청춘이길, 조그만 감정에도 가슴 뛰는 청춘이길, 커다란 감정에도 함부로 흔들리지 않을 청춘이길. ―헤르만 헤세, ‘청춘은 아름다워라’ 중 주말마다 봄비가 내렸다. 이러다 벚꽃 구경 …
“경청은 치유할 수 있다… 공동체는 경청하는 집단이다” ―한병철, ‘타자의 추방’ 중 2018년 1월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외로움 담당 장관이 임명되었다. 영국인 중 900만 명이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는, 외로움이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해롭다는 통계와 함께였다…
“확실하고도 그치지 않는 유일한 개선의 원천은 자유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개인의 자유를 위한 정책이야말로 진정으로 유일한 진보정책이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노예의 길’ 개인이든 국가든 모두 개선 진보 번영을 갈구한다. 그 개선 진보 번영의 원천이 자유에 있음…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오오 인생이여 ―김수영 ‘봄밤’ 중 오늘 아침 딸아이가 자꾸만 어딜 보라고 손가락을 들어 채근했다. 아이와 달리 나는 마음이 바빴다. 보행 신호가 곧 푸른빛으로 바뀌려는 참이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손은 살구꽃을 향하고 있었다. 꽃나무도…
“사람에겐 어느 정도의 광기가 필요해요.”―영화 ‘그리스인 조르바’ 중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1964년)에서 모범생처럼 반듯한 작가 바질(앨런 베이츠)에게 넉살 좋고 즉흥적이지만 삶의 지혜를 갖춘 중년 남자 조르바(앤서니 퀸)가 하는 말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바질에게 …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것이 아니듯, 석유 시대도 석유가 고갈돼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아흐마드 자키 야마니 2000년 6월,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이던 아흐마드 자키 야마니가 영국의 ‘텔레그래프’와 가진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다. 물론 이 문장은 영국의 ‘이코노미…
“나는 길 끝까지 왔어요. 해도 졌지요.그래도 우울한 방에서 장례 지내지 마세요.울지 마세요. 내 영혼은 자유를 얻었어요.조금은 날 그리워해줘요. 너무 오래는 말고요.” ―‘날 그리워해줘요, 하지만 보내줘요’ 중에서 2년 전 캐나다에서 근무할 때 일이다. 한국전 참전용사 빌 블랙 할…
당신의 슬픔과 소망, 스쳐 지나가는 생각의 편린들과 아름다움에 대한 당신 나름의 믿음 따위를 묘사하도록 해보십시오. 이 모든 것들을 다정하고 차분하고 겸손한 솔직함으로 묘사하십시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고드름이 무섭게 달리는 겨울 아침, 휘갈겨 쓴 눅눅…
“내가 이 병원에 온 이상, 이런 멍청한 짓은 용납할 수 없어.”―한산이가,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 중 오랜 시간을 웹소설 편집자로 보내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회사원 중 한 명으로 살고 있다. 당연히 이직도 몇 번 감행했다.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지겨웠을 수도 있고, 스스로 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