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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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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6〉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6〉

    나를 번역할 수 있다면 뜨거운 여름일 것이다/꽃가지 꺾어 창백한 입술에 수분하면 교실을 뒤덮는 꽃/꺼지라고 뺨 때리고 미안하다며 멀리 계절을 던질 때/외로운 날씨 위로 떨어져 지금껏 펑펑 우는 나무들/천천히 지구가 돌고 오늘은 이곳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단 한번 사랑한 적 있지만 다시…

    • 2022-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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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길[나민애의 시가깃든 삶]〈355〉

    인간의 길[나민애의 시가깃든 삶]〈355〉

    고래의 길과 / 갯지렁이의 길과너구리의 길과 / 딱정벌레의 길과제비꽃의 길과 / 굴참나무의 길과북방개개비의 길이 있고드디어 인간의 길이 생겼다그리고 인간의 길옆에피투성이가 된 고양이가 버려져 있다북방개개비의 길과 / 굴참나무의 길과제비꽃의 길과 / 딱정벌레의 길과너구리의 길과 / 갯지…

    • 202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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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샘[나민애의 시가깃든 삶]〈354〉

    샘[나민애의 시가깃든 삶]〈354〉

    군대 간 아들이 보고 싶다고자다 말고 우는 아내를 보며저런 게 엄마구나 짐작한다허리가 아프다며 침 맞고 온 날화장실에 주저앉아 아이 실내화를 빠는 저 여자봄날 벚꽃보다 어지럽던내 애인은 어디로 가고돌아선 등만 기억나는 엄마가 저기 ―전윤호(1964∼ )

    • 20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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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여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353〉

    또 한여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353〉

    소나기 멎자매미소리젖은 뜰을다시 적신다.비 오다 멎고, 매미소리그쳤다 다시 일고,또 한여름이렇게 지나가는가.소나기 소리매미소리에아직은 성한 귀기울이며또 한여름이렇게 지나보내는가. ―김종길(1926∼2017)

    • 202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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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과 고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2〉

    별과 고기[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2〉

    밤에 눈을 뜬다. / 그리고 호수에 / 내려앉는다.물고기들이 / 입을 열고 / 별을 주워 먹는다.너는 신기한 구슬 / 고기 배를 뚫고 나와 / 그 자리에 떠 있다.별을 먹은 고기들은 / 영광에 취하여 / 구름을 보고 있다.별이 뜨는 밤이면 / 밤마다 같은 자리에 / 내려앉는다.밤마다 …

    • 202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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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1〉

    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1〉

    그대 보이지 않는 것은없어진 것이 아니라수미산이 가려 있기 때문이리그대 미소가 보이지 않는 것은없어진 것이 아니라잎새에 가려 있기 때문이리그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없어진 것이 아니라바람 속에 묻혀 있기 때문이리아 두고 온 얼굴을 찾아하늘로 솟구치는 몸부림그대 가슴에 뚫린 빈 항아…

    • 202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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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의 포탄이 모두 별이 된다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0〉

    세계의 포탄이 모두 별이 된다면[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50〉

    (상략)세계의 각종 포탄이 모두 별이 된다면/그러면 전 세계의 시민들이/각자의 생일날 밤에/멋대로 축포를 쏜다 한들/나서서 말릴 사람이 없겠지요포구가 꽃의 중심을 겨누거나/술잔의 손잡이를 향하거나/나서서 말릴 사람이 없겠지요별을 포탄삼아 쏘아댄다면/세계는 밤에도 빛날 테고/사람들은 모…

    • 202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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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9〉

    반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9〉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윤극영(1903∼1988)시는 읽는 …

    • 202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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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개구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8〉

    청개구리[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8〉

    어느 날 아침 게으른 세수를 하고 대야의 물을 버리기 위해 담장가로 갔더니 때마침 풀섶에 앉았던 청개구리 한 마리가 화들짝 놀라 담장 높이만큼이나 폴짝 뛰어오르더니 거기 담쟁이넝쿨에 살푼 앉는가 했더니 어느 사이 미끄러지듯 잎 뒤에 바짝 엎드려 숨을 할딱거리는 것을 보고 그놈 참 신기…

    • 202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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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떨어진 단추 하나[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6〉

    떨어진 단추 하나[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6〉

    해질 무렵,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다가떨어진 단추 하나를 보았지.그래, 그래, 우리는노는 일에 정신이 팔려이렇게 단추 하나 떨어뜨리지.그래, 그래, 우리는노는 일에 정신이 팔려서쪽 하늘에 깜빡, 해를 하나 떨어뜨리지.―이준관(1948∼)

    • 202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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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홍강[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5〉

    분홍강[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5〉

    내 쓸쓸한 날 분홍강 가에 나가울었지요, 내 눈물 쪽으로 오는 눈물이 있으리라 믿으면서.사월, 푸른 풀 돋아나는 강 가에고기떼 햇빛 속에 모일 때나는 불렀지요, 사라진 모든 뒷모습들의 이름들을.당신은 따뜻했지요.한때 우리는 함께 이곳에 있었고분홍강 가에 서나 앉으나 누워있을 때나웃음은…

    • 202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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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4〉

    뒤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4〉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 퍼진다저 소리 뒤편에는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저 모습 뒤편에는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천양희(1942∼)

    • 2022-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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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봄의 기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2〉

    새 봄의 기도[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42〉

    이 봄엔 풀리게내 뼛속에 얼었던 어둠까지풀리게 하옵소서.온 겨우내 검은 침묵으로 추위를 견디었던 나무엔 가지마다초록의 눈을, 그리고 땅속의 벌레들마저 눈 뜨게 하옵소서.이제사 풀리는 하늘의 아지랑이,골짜기마다 트이는 목청,내 혈관을 꿰뚫고 흐르는새 소리, 물 소리에귀는 열리게 나팔꽃…

    • 202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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